보건의료연구원 주도 평가과정 자체가 '험로''체계적 문헌고찰' 방식에 우려… 다국적기업 아니면 대응불가 비급여라도 선 진입 후 평가 방식 전환 필수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서 국산 의료기기 글로벌 진출 활성화 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서 국산 의료기기 글로벌 진출 활성화 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신의료기술평가가 시장 진입의 통로가 아닌 '치료기회 제한'이라는 부작용을 만들어 윤석열 정부의 핵심과제로 꼽히는 바이오헬스 육성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2027년 의료기기 글로벌 5대 강국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과도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7일 의료계와 산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부가 바이오헬스 분야 활성화를 위해 굵직한 로드맵을 연이어 발표했지만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네카, NECA)이 담당하는 신의료기술평가가 장애물로 자리 잡았다. 

    애초에 신의료기술평가는 의료법상 '의료기술 발전 촉진'을 목적으로 의료기기 등의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하는 절차이지만 실제로는 중복적 규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새로운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해 허가를 인증한 상태에서 재차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는 것은 물론 수술·시술 행위까지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청인의 제출자료가 아닌 '체계적 문헌고찰(기존 연구자료를 포괄적으로 수집해 결론을 내리는 연구방법)' 기반으로 네카 내부 위원회 검토가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불합리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이 의료계와 산업계의 공통적 의견이다.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임상시험을 통해 식약처 허가를 받아도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사들은 체계적 문헌고찰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며 "이는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아이에게 방대한 연구실적을 가지고 오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새로 출시된 제품에 대한 충분한 임상 근거를 쌓기 어려운 실정인데도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으로 수행된 논문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약품과 달리 의료기기는 위약을 활용한 비교 임상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관계자는 "대규모로 동시다발적 임상시험을 진행해야만 네카가 원하는 기준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는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이 아닌 보통의 기업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 바이오헬스 활성화 저해요인… 제도 전면개편 요구도↑

    문제는 신의료기술 탈락 시 의료현장 진입이 제한되고 이로 인해 환자 치료기회도 박탈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바이오헬스 발전을 저해하는 페널티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 소재 중소병원 원장은 "국내 기술을 세계적으로 증명하려면 비급여 형태라도 시장에 선 진입시켜 근거를 쌓고 이를 토대로 건강보험 제도권 내에서 보장하는 방식이 돼야 하는데 환자에게 쓰이지도 못하고 대기 상태에 놓인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지속돼 신의료기술 조건부 시장진입 제도가 존재하지만 통과비율이 저조해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며 "근본적으로 '선 진입 후 평가' 방향성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현 상황에선 해외 주요국들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식약처 허가 이후 비급여 형태라도 우선 시장에 진입시켜 안전성·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신의료기술을 평가해 비용효과성을 검증하고 건강보험 급여 여부를 결정짓는 절차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와 의료계 관계자들은 "네카의 신의료기술평가와 관련 전반적 손질이 이뤄져야 할 시기"라며 "새로운 의료기술을 자국민이 누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규제요인으로 작용해 산업 경쟁력을 저해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