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유통기지 방문해 현장 시찰…건설·시멘트업계 간담회견해차 팽팽…"가격 인상 부적절" vs "친환경설비 투자로 부담"공사 중단·착공 지연 우려 확산…"시멘트업계 원가구조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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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가격이 지난해 t당 8만원 수준에서 10만원으로 올랐는데 올해 또 12만원 선이 된다고 하니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일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시멘트값 인상을 둘러싼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간 강대 강 대치가 지속하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사현장 셧다운과 착공 지연, 주택공급 차질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원희룡 장관은 16일 경기 의왕시에 있는 한 시멘트 유통기지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뒤 건설·시멘트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향후 협의 방안을 논의했다.원 장관은 "시멘트업계 입장에서는 원가계산이나 영업손익 등 여러 측면을 고려했겠지만, 가격을 인상하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고 그 비율도 따져봐야 한다"며 "가격 부분은 국토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국민의 주거안정 측면에서 건설·시멘트업체가 좋은 방안을 도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현재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상의 적정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최근 시멘트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급락했는데 추가로 시멘트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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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가격 자체가 낮게 책정된 데다 정부의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 추진으로 막대한 시설투자비가 소요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시멘트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질소산화물 감축 등을 수행하기 위해 시멘트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2030년까지 3조원 이상"이라며 "이에 더해 수천억원의 시설투자비와 매년 상당한 금액의 운영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운을 띄웠다.이어 "국내 시멘트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시멘트를 t당 100달러도 채 되지 않는 최저 가격으로 내수시장에 공급해왔다"며 "여러 환경규제 강화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고 있는 업계 어려움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평가받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건설업계는 급격한 시멘트값 인상이 중소건설사 줄폐업과 국민 주거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원가구조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급격하게 오른 인건비와 자재비 등으로 매달 70~80개 건설업체가 폐업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올해에도 시멘트값을 14% 올리겠다는 것은 업계 입장에선 죽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이어 "시멘트 제조원가에서 유연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전기료가 20%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유연탄 가격이 전년대비 53%가량 인하됐다"며 "이에 업계에서는 오히려 시멘트 가격을 18% 인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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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이견을 좁히고 원활한 협상을 진행하려면 시멘트 원가의 세부적인 구성요소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건설협회 관계자는 "업계는 협회를 통해 매년 한번씩 건설공사 원가구조를 발표하고 있다"면서 "시멘트업계도 시멘트 원가 구성요소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우리도 '어떤 인상 요인이 있구나'라며 납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원 장관은 "서로 싸울 수 있지만, 거짓말로는 싸우지 말자"면서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전문적인 근거와 팩트를 갖고 합의를 이뤄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시멘트 가격에 따른 갈등상황이 공사비 분쟁과 공사 지연으로 이어져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각 업계는 갈등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시멘트 가격협상에 적극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