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연속 52주 최저가 경신… 2만6000원 아래로롯데케미칼 부침에 지분·사업투자 늘며 '흔들'"케미칼 단기 회복 어려워… 투자 영향 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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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신용평가사(신평사)들이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롯데지주의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간 내 신용등급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주가는 보통주 주당 2만595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전날에 이어 또 한 차례 경신했다. 전날 종가 2만7100원과 비교하면 4%이상 하락한 수치로, 최근 몇 년 가운데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이다. 최근 3년간 롯데지주 최저가 작년 1월 28일 2만5600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가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를 시작으로 전날엔 한국기업평가까지 롯데지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 ‘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신용등급 체계에서 AA-는 채무상환 능력이 높지만 AAA와 비교하면 안정성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쉽게 말해 과거와 비교해 빚이 늘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빚을 갚을 능력이 저하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한 단계만 더 내려가면 A등급 범위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위험 신호로 해석한다. A등급은 상위등급(AA)에 비해 경제여건과 환경변화에 따른 영향이 훨씬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평사들은 롯데지주 신용등급 하향 사유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향 영향을 꼽고 있다. 앞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강등됐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은 지난해 10~11월에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락한 적이 있었다. 등급 전망이 불과 7~8개월 만에 다시 하향된 셈이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 장기화로 수익성이 저하됐고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지분 인수와 투자로 차입부담이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762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영업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며 인수금융 차입으로 약 1조3000억원을 조달했다. 설상가상으로 대규모 인도네시아 설비투자에 조단위 자금까지 계속 투입하며 부담이 늘었다. 2021년 3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올해 1분기말 8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동시에 계열사 지원, 지분 투자, 사업 확장 등에 따라 자금 지출이 계속된 점도 롯데지주 신용도 하양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4월 코리아세븐 유상증자(3984억원)에 참여하고 롯데헬스케어(700억원), 롯데바이오로직스(1789억원) 설립에 투자했다. 올해는 롯데케미칼 유상증자(2939억원),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1700억원)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2019년말 1조2000억원에 불과하던 롯데지주의 순차입금은 2021년말 2조2000억원, 작년 말 3조원, 올해 1분기말 3조3000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시장에선 당분간 롯데지주의 신용등급 회복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우선 주요 수익 창출원인 롯데케미칼의 채무상환능력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은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나이스 신평은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향후 주요 제품 스프레드는 당분간 낮은 수준에 그칠 것”이라면서 “높아진 재무부담 완화 및 채무상환 능력 개선에 다소 시일이 소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케미칼은 2023~2025년 연평균 약 4조원 수준의 설비 및 지분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현금 지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당분간 롯데지주의 신사업 투자 등 자금 소요도 예정돼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바이오·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국내에만 3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국내외 의약품 생산공장 증설 관련 유상증자 참여도 예정돼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이 지속되면서 순차입금 확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단기간에 재무안정성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어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금리가 높아지는 등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어 그룹차원의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