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상태 미국 대출채권 투자 사실 숨기고 판매2021년 4월 기준 미환급 피해액 2천56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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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펀드'의 부실 위험을 숨기고 이를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2천500억원대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하원 전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현 고문)에 대한 항소심이 28일 시작됐다.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전 대표와 김모 전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투자본부장, 김모 전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운용팀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장 전 대표는 디스커버리펀드가 부실 상태의 미국 대출채권에 투자한 사실을 숨기고 고수익 보장 상품이라며 투자자들을 속여 2017년 4월부터 370여명에게 1천348억원 상당의 투자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이 펀드는 IBK기업은행·하나은행·한국투자증권 등을 통해 판매됐는데, 여기에 장 전 대표의 형인 장하성 전 주중대사·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투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장 전 대표는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미리 감지하고 2017년 8월쯤 조세 회피처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대출채권 5천500만 달러를 액면가에 매수하는 방법으로 환매 중단 위기를 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8년 10월경 대출채권을 실사한 결과 상당 부분의 손실이 예상되었지만 2019년 2월까지 1천215억원 상당의 펀드를 계속 판매했고, 판매액 전부가 환매 중단됐다. 지난 2021년 4월 말 기준 미상환 잔액은 2천5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아울러 2019년 3월에는 미국 자산운용사 DLI의 브랜든 로스 대표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발당하는 등 투자금 회수의 어려움을 인지했음에도 132억원 상당의 펀드를 추가로 판매한 혐의도 있다.1심은 지난해 12월 "(피고인들이) DLI의 운용 펀드 수익상황을 속인 사실은 있어도 로스 등과 공모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며 장 전 대표와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법인을 포함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장 전 대표측에 ▲디스커버리자산운용·DLG(특수목적법인) 등의 수익구조·배분 자료현황 ▲QS 자산 실사에 사용된 근거자료 ▲DLG가 디스커버리에 지급한 수익률 ▲돌려막기 관련 채권만기일과 펀드만기일 불일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현재 상환상태나 계획 등의 석명을 다음 기일까지 요청했다.장 전 대표 측은 "감히 한 말씀 드린다"고 운을 뗀 뒤 "이유를 막론하고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 심정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오늘 피고인(장 전 대표)이 법원 바깥에서 험한 소리를 들었다. 재판장께서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재판을 방청하던 시민들이 이에 반발하며 법정은 잠시 소란이 빚어졌다.재판부는 "재판을 믿어주시고 법원 안에서는 그러면 안 되고, 밖에서도 물론 하지 않으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장 전 대표 등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8월 23일 오후 3시 15분으로 예정됐다.한편 장 전 대표는 이 사건과 별개로 디스커버리 펀드 '쪼개기 운용' 의혹 수사도 받고 있다. 장 전 대표는 공모펀드 규제 회피를 위해 50명 이상의 대규모 펀드를 운용하면서 소규모 사모펀드 여러 개를 관리하는 것처럼 속인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지난해 12월 송치됐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공시의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