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9월 IPO시한 두달 남기고 M&A설까지SSG닷컴, 컬리, 오아시스 모두 IPO 재개 불투명유통업계 연일 신저가… 이커머스 대박 신화 옛말
  • “기업공개(IPO)의 모든 준비는 끝나있습니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최근까지 IPO를 추진해온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는 최근 얼어붙은 이커머스 업계의 공통된 분위기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간 IPO의 꿈을 꿔왔던 이커머스 업계의 주요 상장 일정이 모두 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재개 여부조차 예상하기 힘든 처지가 됐다.

    최근 고물가, 소비침체가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의 주가는 연일 신저가를 경신 중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싸늘하게 얼어붙은 IPO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곳은 11번가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로부터 5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5년 내 IPO를 조건으로 걸었다. IPO 기한은 오는 9월까지다. 통상 6개월까지 걸리는 상장예비심사 기간을 고려하면 11번가가 기한을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는 현재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문제는 11번가가 9월까지 IPO를 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에 8%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11번가는 최근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이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문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1번가는 이와 관련 공식 제안이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IPO 문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뒷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장을 하자니 흥행은커녕 투자 당시 기대했던 몸값도 받기 힘들어지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결국 투자 만기는 돌아오는데 IPO를 포기하지도, 진행하기도 힘든 상황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비단 11번가 뿐 아니다. SSG닷컴과 컬리, 오아시스는 모두 상장을 준비했던 기업들이다. 

    SSG닷컴은 2021년 상장주간사로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고 IPO 의지를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전무하다. 컬리는 상장 심사까지 통과했지만 올 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하면서 상장이 무산됐다. 프리IPO에 참여했던 투자자가 기대에 못미치는 몸값에 대한 불만을 내비친 것이 IPO 연기에 주요 이유였다.

    오아시스도 지난 2월 일반공모 청약을 하루 앞두고 상장철회서를 제출했다. IPO를 통해 매출을 두 배 성장시키겠다고 기자간담회를 가진지 약 5일만이다. 이 역시 프라IPO 투자자 중 일부가 상장을 강행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불만을 표하면서 무산된 케이스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커머스의 ‘상장 대박’ 신화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물가와 이에 따른 소비침체가 가시화되면서 유통업계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도 옛말이 됐기 때문이다. 주요 유통업계의 주가는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만원대 거래됐던 롯데쇼핑의 주가는 이날 52주 최저가인 6만5700원으로 주저앉았고 이마트도 지난 3월 11만원에서 이날 7만5200원까지 하락하며 최저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24만8000원에 거래됐던 신세계도 이날 기준 17만원대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