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5억. 월 평균 90억 대비 45% 증가'자부담' 신설 우려에 가입자 몰려월 평균 70만건 손보사 효자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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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이하 자부담)이 신설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상품의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손보업계에 자부담 신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 중심으로 이뤄진 '절판마케팅'이 효과를 본 것이다.
다만 자부담 신설은 결국 거짓 소문으로 판명됐다. 금융당국도 보험업계에 이 같은 사실을 권고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결국 잘못된 정보를 접한 많은 소비자가 급하게 가입함으로써 불완전판매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손해보험사가 전속 설계사 및 GA 채널을 통해 거둬들인 운전자보험 매출은 135억원으로 집계됐다. 월 평균 매출이 90억원 가량인 점을 비교하면 한달만에 45% 가량 증가한 것이다.
운전자보험 매출이 급증한 이유는 지난 5월말부터 이어진 자부담 신설 이슈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달부터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처리비용과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에 대해 20%의 자부담이 신설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당시엔 금융감독원이 자부담 신설을 권고했고 손보사들이 이를 따르면서 자부담 신설이 기정사실화됐다. 일부 설계사는 이를 활용해 자부담이 신설되기 전 가입을 권고하는 절판마케팅이 횡행했다. 일부 보험사는 이를 활용해 영업하라는 소식지를 전하기도 했다.운전자보험은 손보사의 효자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의무가입 보험인 자동차보험과 연계하기 쉬운데다 최근 '민식이법' 등 도로교통법 개정때마다 처벌도 강화돼 필요성도 크게 높아졌다.
무엇보다 보장성보험으로 분류되는 만큼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제도 하에서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서 우수한 상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은 보험료가 월 1만~2만원 수준으로 손쉽게 가입할 수 있지만 시장 규모는 생각보다 작지 않다"며 "설계사 입장에서도 수당이 높고 고객 확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실제 손해보험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전체 손보사가 판매한 상품의 신계약건수 중 운전자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달한다.
상해보험(38.8%)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492만8692건이다. 특히 지난 6월까지 419만9998건에 비해 보름도 안돼 72만8694건의 신계약이 늘었다. 상반기 월 평균 70만건을 이미 넘어서는 수치다.
보험사별로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신계약건수를 기록한 곳은 운전자보험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한 DB손보다. 6월까지 120만1873건(28.6%)의 신계약을 올렸다.
이어 현대해상(65만1817건), 삼성화재(63만3179건), KB손보(57만4465건), 메리츠화재(44만9941건) 등으로 손보사 '빅5'가 전체 운전자보험의 9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일부 손보사들이 자부담 신설 이슈를 활용해 절판마케팅에 나선 것은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시장 질서를 흔드는 그릇된 업계 관행을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당국 역시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절판마케팅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