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업계 "보완책 논의도 없어…산업 활성화 역행"정부 주도 자문단 구성됐지만…계륵에 불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평가 촉구…불편 사례 86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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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효과가 입증됐지만 의료규제에 막혀 관련 업계 전체가 존폐 기로에 내몰렸다.비대면 진료 규제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반하는 것은 물론 윤석열 정부의 '킬러 규제' 정책에도 위배되는 것이어서 '원칙 없는 규제'에 대한 업계의 볼멘소리가 거세다.21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정부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평가를 신속히 진행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대로라면 관련 업계 줄도산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이미 지난 5월 남성용 종합 헬스케어 서비스인 '썰즈'와 한의원 플랫폼 '파닥'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달 말부로 TS트릴리온이 운영 중인 탈모 플랫폼 ‘MO' 역시 사업을 중단한다. 시범사업 이후 총 5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시범사업의 시행 근거인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 제2항을 근거로 비대면 진료 진행 현황을 평가하고 합당한 후속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만약 이러한 조치 없이 법제화될 경우 산업 자체가 사장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업계 관계자는 "당장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개선과 관련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사업은 규제 때문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철저한 준비를 했는데도 비상식적인 규제로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윤석열 대통령의 '킬러 규제' 정책도 비대면 진료 영역에서는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윤 대통령은 얼마 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를 팍팍 걷어내 달라"며 “단 몇 개라도 킬러 규제를 찾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투자와 혁신을 담보로 한 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의미인데 민생법안이자 현 정부의 주요 추진과제 중 하나인 비대면 진료는 여전히 규제에 가로막혀 정체됐다.◆ 코로나19 '한시적 허용' 효과 봤지만…과거형으로 회귀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시적 허용'보다 제한된 기준이 적용됐다는 점은 독소조항으로 거론된다. 초진이 아닌 재진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신규 환자를 늘리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가뜩이나 확진자 격리도, 거리두기도 없는 상황에서 여름 휴가철을 맞아 코로나19가 재확산 되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가 역행한 상황이라 우려가 커진다. 물론 감염병 확진자는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팬데믹 시기처럼 활성화는 어렵다는 전언이다.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신규 확진자는 18만6953명으로 전주보다 22.2% 증가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 11일 3만1224명을 기록하면서 1월 27일 이후 6개월 만에 3만명을 넘어섰다. 12일과 15일은 각각 3만4120명, 3만879명으로 3만명을 웃돌았다.감염병 전문가들은 본격적 여름휴가에 진입하는 '7말8초' 이후 확산세가 증폭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엔데믹(풍토병화) 시기에 제한된 비대면 진료 여파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범사업 20여 일 만에 불편 사례 860건복지부의 미적지근한 행보에 원산협는 자체적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불편 접수센터'를 개설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개선책을 먼저 제시하겠다는 의미다.그 결과 20여일 만에 불편 사례 860건 이상이 접수됐고 거리·시간적 상황으로 병원 방문 곤란을 경험한 사례가 25.7%, 약 배송 제한으로 인한 불편 사례가 21.3%, 소아청소년과 이용 불편 사례가 15.1% 순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정부 주도로 구성된 시범사업 자문단 회의는 단 두 차례만 개최됐다. 평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는 등 복지부가 업계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원산협 관계자는 "불편 사례 등을 고려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국민이 만족하는 비대면 진료의 틀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복지부는 법제화에 앞서 평가 목표 및 지표 설계, 평가 방식, 일정 등을 구체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