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회장 측 우호지분 30% 이상까지 확대 예고쉰들러 지분 기존 16.49%→최근 15.71% 축소현 회장 ‘인재경영’ 강조하고 조직 분위기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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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쉰들러와의 경영권 분쟁 일단락과 함께 분위기 쇄신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지난 20여년간 이어져 온 경영권 분쟁 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그룹 재건을 이룰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캠퍼스에서 열린 ‘미래인재 아카데미’ 개관 기념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모든 가치의 중심은 사람”이라며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현 회장은 “아무리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더라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시너지를 만들 수 없다”며 “(인재경영을 토대로)우리 제품을 만드는 직원, 우리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 우리 회사의 미래에 투자하는 주주와 함께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현 회장은 이날 타운홀미팅 및 오찬 간담회를 갖고 고객케어센터, R&D센터, 건립 중인 테스트 타워 현장, 공장동, 기숙사를 살피며 임직원을 격려하고 현장경영을 진행했다. 최근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재기에 만전을 기울이겠단 의지로 풀이된다.현대그룹은 올 4월 법원 판결 이후 최근까지 2대주주인 쉰들러로부터의 경영권 방어에 주력해왔다. 쉰들러는 여전히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5.71%를 보유해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지진 않았지만, 우선은 급한 불을 끄며 소강상태로 접어든 상태다.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2003년부터 20여년간 이어져 왔다. 2003년 정몽헌 회장의 타계 후 범현대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한국프랜지, 금강종합건설, 울산화학, 현대백화점 등 범현대가 9곳과 협의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6.2%를 사들이면서부터다.정 명예회장은 외국계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우려된다며 현대그룹 경영권 방어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현 회장의 상속 절차가 본격화하자 입장을 바꿔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현 회장은 KCC 측과 수개월에 걸쳐 갈등을 이어가다 2004년 3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완승했다.이어 2006년에는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와의 경영권 다툼이 시작됐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 26.68%를 취득해 한때 최대주주로 등극하자, 현 회장은 외국계 투자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선택을 한다. 이는 또 쉰들러와의 분쟁의 씨앗이 됐다.당시 외국계 투자회사는 현대상선 주식을 사들여 일정기간 보유하는 대신 주가가 떨어지면 차액을 물어주는 내용의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었는데, 쉰들러가 2014년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대법원은 올 4월 쉰들러가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손실을 끼친 점이 인정된다며 1700억원과 지연 이자를 현대엘리베이터에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현 회장은 2019년 이미 납부한 선수금 1000억원을 포함해 4월 현대무벡스 주식 2475만 주(약 863억원)의 대물 변제, 현금 등 2000억원대의 채권 전액을 완납했다. 이어 현대엘리베이터는 5월 자사주 500억원 규모는 소각하고, 1000억원 규모는 매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이달에도 현대엘리베이터는 300억원대 자사주 추가 취득 계획을 밝히며 현 회장 우호지분 확보에 더욱 힘을 실었다. 현 회장 측은 3월 말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1084만2417주, 지분율은 27.74%다. 추가 자사주 취득 이후 우호지분은 30.1%까지 늘어 지배력이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현 회장 측 우호지분이 30% 이상 확보가 예고된 가운데 쉰들러 측은 지분을 계속 줄이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되는 모양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을 지난달 0.54%p 줄여 15.95%를 확보했다가, 이후에도 주식을 장내 매도해 최근 지분율이 15.71%까지 줄었다.현대그룹 측은 “쉰들러의 계속된 주식매도에 대응해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주주환원과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현대엘리베이터의 지역 상생과 국내 승강기 육성을 위해 노력해 나간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