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넉달 연속 상승… 잔액 1068조2021년 9월 이후 최대… 주담대 6조 늘어대출금리 상단 7% 육박… "내년 1분기까지 오를 것"5대은행 연체율 0.4%… 20대 0.44%로 역대 최고치하반기 금융 최대 리스크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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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이 넉달 연속 상승했다. 증가세는 꾸준히 가팔라져 집값이 빠르게 상승했던 2021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68조143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9553억원 증가했다. 6월 증가분 5조8296억원을 넘어섰다. 주담대 증가폭은 4월 2조2964억원에서 5월 4조1557억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가 6월과 7월 각각 6조원 가까이 뛰어올랐다.7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5조9636조원으로 전월 6조9460억원 보다 다소 줄었다. 전세대출자금 수요가 2000억원 줄었지만, 주택구입 관련 자금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요를 보여줬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100억원 감소했다. 기타대출은 높은 대출금리와 DSR규제 등으로 올해만 12조원 가까이 줄었지만, 주식투자관련 자금 수요 등으로 감소폭이 축소됐다.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1년은 고점을 형성한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인 조정을 받기 시작한 시기"라며 "당시 추가 하락을 우려해 임차에 머물렀던 실수요자들이 부동산 하락세가 진정되자 투자 수요와 함께 주택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대출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분활상환방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45%로 전달(4.36%)보다 0.09%p 올랐다. 이날 기준 혼합형(5년 고정) 주담대 금리는 4.12~6.77%로 상단이 7% 턱밑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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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금리 상승은 향후 금리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채권금리가 오른 탓이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주담대에 반영되는 장기채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채 1년물의 경우 지난달 초 연 3.89% 수익률에서 지난 8일 연 3.83%로 줄었지만, 5년물은 같은 기간 연 4.18%에서 연 4.28%로 0.1%p 올랐다. 금리 전망 불확실성은 은행들의 자금조달에도 리스크로 전이돼 가산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인하 시그널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란 점을 들어 내년 1분기까지는 금리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금융 불안과 유동성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반대로 금리 인하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낮아진 만큼 금리인하는 내년 1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4%로 나타났다. 4월과 비교하면 0.03%p 상승에 그쳤지만, 지난해 동기(0.24%)와 비교하면 0.16%p 상승했다. 은행권 연체율이 0.4%대로 올라선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5월 말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신규연체 발생액이 2조1000억원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5월(1조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금융당국은 하반기 금융시장에서 건전성 이슈를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특히 갑작스럽게 금리가 급등하는 경험이 없었던 청년층 부실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2분기 말 기준 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은 0.44%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30대(0.17%), 40대(0.21%), 50대(0.20%)의 2배 이상이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20~30대는 한 번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 없는 세대"라며 "집을 살 때 연 3%로 돈을 빌려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을테지만,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고 낮은 금리를 가정해 경제활동을 하면 위험이 있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