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트리밍·적자 지속… 현황 암울컨텐츠 투자 부담에 '티빙-웨이브' 합병설도유승현 교수 "자금 지원 등 정책 통한 보호 시기 지났다… 규제로 막아야"
  • ▲ 티빙, 웨이브 로고.ⓒ각 사
    ▲ 티빙, 웨이브 로고.ⓒ각 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생존 기로에 선 가운데 정부 차원의 정책과 지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 업체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는 규제가 필요한 동시에 세금 공제 등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가입자를 유인하기 위한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비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 미디어미래연구소는 지난해 구독형 OTT 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비는 총 260억달러(약 32조800억원) 이상으로 전년보다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토종 OTT 업체들도 충성고객을 늘리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통해 신규 가입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마케팅과 해외 수급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이 제6회 칸 국제시리즈 페스티벌 경쟁 부문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반응을 얻고 있다.

    웨이브도 '박하경 여행기' 등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함께 매일 100편 이상 신작 에피소드를 선보이고 있다. 차량용 디바이스에 콘텐츠를 탑재해 여러 환경에서 웨이브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방면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플랫폼 ‘코코와’를 인수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미주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종 OTT 업계는 넷플릭스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영업손실이 각각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양사의 상황을 고려하면 합병을 통한 경영쇄신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 OTT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를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누티비’ 같은 불법 스트리밍 업체들까지 판치면서 토종 OTT 업체들의 수익성이 더 악화된 것이 합병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이 초창기보다 지금이 훨씬 더 높아져 지각변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윤혁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합쳐지더라도 하나로 섞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정부가 조금 인풋을 주어 개선된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맞고 세금 공제 등의 지원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플랫폼에 대한 별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현재 정책은 OTT 콘텐츠 제작에 대한 지원이고 플랫폼 지원 정책은 많이 없다"며 "넷플릭스에 대항하고 컨텐츠 하청지로 자리매김하지 않으려면 플랫폼 지원에 정책적 고민이 있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유승현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넷플릭스를 '규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넷플릭스는 OTT시장에서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며 "OTT 콘텐츠 제작 지원 등의 정책을 통해 국내 OTT를 보호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등급제, 컨텐츠 심의를 받는 부분이 제도적으로 정리가 안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은 국내 사업자보다 차별을 덜 받고 있다"며 "해외 사업자들이 법에 저촉되도록 하는 정책을 세부적으로 검토해 규제를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