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상반기 연구개발비 총 1조1850억… 전년比 25% ↑사업 구조조정·고부가가치 기술 발굴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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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연구개발(R&D)' 중심의 경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초격차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석유화학 '빅4'(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의 상반기 R&D 비용은 전년 대비 모두 늘었다. 이들의 올 상반기 연구개발 비용은 총 1조1850억원으로 지난해(9482억7900만원) 대비 25% 증가했다. 지난해 실적이 크케 악화되면서 사업 구조조정과 동시 미래 먹거리 투자를 위한 R&D에 힘을 쏟고 있다는 평이다. 

    LG화학의 상반기 R&D 지출액은 9824억9400만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7865억4500만원) 대비 20%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 대비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를 차지하면서 전년 보다 0.1% 늘었다. 주요 연구 실적은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와 반도체 소재, 친환경 제품 등 부가가치가 주를 이뤘다.

    롯데케미칼도 상반기에 582억300만원의 R&D 비용을 지출하며 전년(493억400만원) 대비 18% 늘었다. 매출액 대비 비율도 0.44%에서 0.59%로 소폭 올랐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카보네이트(PC) 등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개발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솔루션 역시 지난해 상반기 대비 R&D 비용을 더 늘렸다. 금호석화는 238억7700억원의 R&D 비용을 올해 같은 기간 282억3900만원까지 끌어올렸으며 한화솔루션은 886억원에서 1162억원으로 비용을 R&D 비용을 대폭 확대했다.

    금호석화는 바이오 장갑용 NB라텍스 소재와 극저온 내구성이 강화된 아스팔트용 합성고무 상업화에 성공했다. 또 차세대 소재로 꼽히는 탄소나노튜브(CNT) 등 고부가 제품 개발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바이오 기반 친환경 폴리염화비닐과 저탄소·식물성 기반 바이오 가소제 상업화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급성장하는 현지 태양광 시장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내 공급 과잉까지 맞물리며 실적이 악화됐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은 2분기에 영업손실 127억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째 적자를 이어갔다.

    롯데케미칼 역시 2분기 영업손실 770억원을 기록하며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솔루션도 전년 대비 각각 60%, 80%% 가까이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수익성 측면으로만 보면 무조건적인 R&D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석유화학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자국 내 생산량을 늘리면서 국내 기업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실적을 내기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기존 석유화학의 주력 소재뿐 이차전지·친환경 고부가가치 등 저마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이 R&D 투자에 소홀했던 것이 현 시점에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라며 "중국 기업들과 비교시 규모의 경제나 인건비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R&D를 통한 혁신으로 경쟁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환 카이스트 교수도 "R&D 비용을 줄인다면 성장과 혁신을 어디에서 기대할 수 있겠나"라며 "우리 사회와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일수록 R&D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