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매도 의견에 하이닉스 급락…韓 증시까지 '휘청'폭락 장 충격에 신용잔고 1조 증발…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투자자예탁금‧거래대금 일제히 감소…당분간 관망세 유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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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연일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을 비롯해 '빚투'(빚내서 투자)의 지표가 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심리가 싸늘해지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거래 대금도 연중 최저치에 근접한 상황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합산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6조99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자,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기록한 16조 원대 규모다.

    이달 초 17조9000억 원을 육박하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약 3주 만에 1조 원 가까이 감소했다. 하반기가 시작된 7월 1일(20조776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15% 넘게 빠진 수치다.

    증시 열기의 측정하는 지표로 꼽히는 투자자예탁금과 증시 거래대금도 동반 감소하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51조6094억 원으로 지난 6일(51조4526억 원) 이후 51조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역시 하반기가 시작된 지난 7월 1일 투자자예탁금 규모가 58조 원을 웃돌았던 것을 비교하면 3분기 들어 약 7조 원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초 59조원 대에서 출발해서 한 달이 채 가기도 전에 49조 원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상반기 내내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선 확연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판 뒤 찾지 않거나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등에 맡겨놓은 자금을 말한다. 이에 대표적인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줄어든 것은 국내 증시의 활기가 떨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의 거래대금도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12거래일간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196조350억 원으로 일 평균 16조336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일 평균 거래대금이 18조 원을 웃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이러한 국내 시장의 투자 지표 악화 배경에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가능성 등으로 최근 코스피‧코스닥지수가 하락세를 보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19일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내면서 반도체주의 하락세를 주도, 국내 증시를 끌어내린 것을 두고 국내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짐을 싸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증권가에선 최근의 지표들이 국내 증시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소비 회복이 확인돼야 코스피가 반등을 노릴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밖에 국내 증시는 최근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에도 상방을 가로막은 반도체주의 향방에 주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시장 규모가 작아 코스피 지수는 시가총액·기업 이익 측면에서 수출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라며 "따라서 코스피는 글로벌 수요가 전반적으로 회복될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이어 "공급망 변화가 시작된 이후 미국 수출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해 지금은 미국 비중과 중국 비중이 20% 수준으로 비슷하다"며 "현재 글로벌 수요 중 버팀목이 되는 지역은 미국이며 결국 미국 수요 회복 모멘텀을 다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마이크론이 실적 쇼크만 아니라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등은 가능할 것"이라며 "반도체주는 실적 불확실성을 충분히 선반영 중이기 때문에 실적 불안 심리가 다소 진정되는 것만으로 반등이 가능하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