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구치 명예교수, "일본 경제 쇠퇴 위기" 경고"선심성 정책 정치권에 국민 비판 목소리 내라""무역적자→금융불안→자본도피→금리급등→자산하락" 우려
  • ▲ 일본 요코하마항에 주차된 수출용 차량 ⓒ연합뉴스
    ▲ 일본 요코하마항에 주차된 수출용 차량 ⓒ연합뉴스
    일본의 경제 전문가가 지금의 일본 침몰 위기에 놓인 호화 유람선과 같지만 일본 국민들은 정치권의 잘못된 행태에 입을 다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구치 유키오(83) 국립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는 지난달 28일 경제매체 '비즈니스+IT'에 '왜 일본 국민은 소리를 높이지 않는가. 주식, 부동산 등 일본 자산이 폭락하는 흉악한 미래'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해 이 같이 밝혔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으로 그동안 일본 경제 몰락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해왔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나라가 쇠락을 거듭하고 있는데도 정치인들은 유권자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에만 관심으로 보이고 국민들은 비판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앞으로 고령화가 더욱 진행되면서 사회보장 재정이 궁핍해지고 경제의 생산성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대외수지도 악화할 것"이라며 "의료와 돌봄·간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연금 재정의 악화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노후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생활 보호를 신청하는 고령자 가구가 급증하겠지만, 일본은 아무런 대책도 준비돼 있지 않다"며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일본 경제의 생산성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세계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낡은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제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며 "2000년 오키나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만 해도 7개국 중 가장 부유했던 일본은 2023년 히로시마 회의에서는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의 경제가 이렇게 하락한 큰 원인은 정치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정치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다음 선거 밖에는 없다. 유권자들의 눈에 당장 보이는 환심을 사기 위한 정책만 펼친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산업정책인데, 특정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쇠퇴한 산업에 정부 보조금을 준다고 쇠퇴한 산업이 부활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들어 제조업, 반도체와 액정 관련 기업에 대한 보조금이 늘어났지만, 이들 산업의 쇠퇴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며 "기업 생산성 저하에 따라 일본의 무역수지는 상시 적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경상수지도 적자가 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면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가능성에 불안을 느낀 금융시장은 당장 자본도피가 일어날 수 있다"며 "한 번 시작된 자본도피는 가속화하기 쉽고, 그렇게 되면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폭락한다. 결국 일본 내 모든 자산 가격이 폭락한다. 엔화 가치도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일본이 한국처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언급,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때 한국이 실제로 겪었던 일이지만, 경제 규모가 큰 일본의 경우 아무리 IMF라도 충분한 조처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일본이 호화 여객선이었다고 비유하며 "유람선 내부에 침수가 시작됐고 이대로 가다가는 침몰할 것이 뻔하다. 선장(정치 지도자들)의 머릿속에는 호화로운 댄스파티로 선원들(국민)을 만족시키는 것밖에 없다"며 "이에 국민들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것이 현재 일본의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는 일본 전체의 문제이고,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현재 일본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토론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