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가격 협상 5월부터 5개월째 논의 중철광석 가격 6월 들어 110달러 안팎 등락후판가 인상 동력 줄었으나 결과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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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조선사와 철강업계가 하반기 후판가격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으로, 후판가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철광석 가격은 톤당 118.2달러로 전일 대비 1.8달러 증가했다. 전주 대비로는 1.6달러, 전월 대비로는 8.2달러 각각 오른 가격이다. 그러나 연고점인 3월 133.1달러보다는 14.9달러 내린 수치로, 하반기 들어서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후판가격을 결정하는 핵심지표다. 후판은 선박제조에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생산원가에서 20~30%의 비중을 후판이 차지한다. 이에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되는 후판가 협상은 조선사와 철강사의 입장차로 신경전이 치열하다.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양측이 대립하며 결론이 수월하게 나지 않는 모양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까지 급격히 오른 후판가격 탓에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 대규모 손실을 본 만큼 후판가격 안정화로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철강사에게 후판은 핵심 매출원으로, 철광석 가격상승에 따른 부담을 후판가 상승으로 방어해야 한다.

    상반기 협상은 통상 3월 말에서 4월 초 끝나는데, 올해는 5월 톤당 90만원 중반대 가격으로 결론이 났다. 철광석 가격이 상반기 상승세였고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원가부담이 커졌다는 철강업계 입장이 더 반영된 결과다. 실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톤당 79.5달러로 저점을 찍었다가 이후 꾸준히 상승해 올 3월 130달러를 돌파하며 강세를 나타냈다.

    하반기 들어 철광석 가격은 현재까지 100~110달러 선에서 움직이며 후판가격 상승 동력이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글로벌 후판 수입가격이 3월 톤당 95만원에서 7월 87만원으로 하락한 점도 후판가격 협상에서 조선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성기종 HD한국조선해양 IR담당 상무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후판가 협상이 진행 중이나, 이번에는 최소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원배 현대제쳘 고로사업본부장도 실적 컨콜에서 “중국 과잉생산에 따른 저가 후판이 시장에 유입돼 가격 하방 압력이 많다”고 말했다.

    하반기 철광석 가격 하락세와 시장 관측에 따라 조기 타결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협상이 예상과 달리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철광석 가격이 8월 중순부터 말까지 보름간 톤당 약 15달러가 오른 점이 변수로 꼽힌다. 통상 하반기 후판가는 9월, 늦어도 10월 결정이 나지만 지난해엔 협상이 길어지며 12월에야 상반기와 동일한 톤당 110만원으로 결론이 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가격 협상은 상반기 후판가격을 정한 5월부터 바로 시작돼 현재까지 계속 논의 중으로 알고 있다”며 “작년엔 지나치게 높아진 철광석 가격 때문에 후판가격 인상 동력이 강했으나 현재는 근거가 많이 약하진 상태로, 동결 또는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