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산업 하락 베팅 인버스 ETF…하락장서 안정적 헤지 요소일부 투자자 공매도 조장 반감…배당소득 과세 이슈도 존재다양한 투자 수단 제공 긍정적…순기능 더 클 것으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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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특정 산업 및 테마의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통상 기존의 인버스(역방향) ETF는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 한정됐지만, 최근에는 2차전지나 미국 빅테크 등 특정 테마의 하락을 예상하는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인버스 ETF가 하락을 점치는 상품인 만큼, 마치 공매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당 상품들이 자산 헤지나 단기 투자용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넓힐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이달 2차전지 핵심 10종목에 투자하는 정방향 및 인버스 ETF 2종을 동시 출시한다. 이중 추종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iSelect(합성)'는 시장 지배력이 있는 2차전지 상위 10개 종목을 담는다.

    지수사의 예상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9월 지수 변경 기준 에코프로(15%)와 POSCO홀딩스(15%), 삼성SDI(15%) 등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SK이노베이션 등 순으로 비중이 높다. 

    이밖에 한국투자신탁운용도 'ACE 미국빅테크 TOP7 플러스'의 1배와 2배(레버리지), -1배(인버스) 등 총 3종의 ETF를 이달 동시 상장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7대 미국 빅테크 하락에 베팅한 최초의 ETF 상품으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라 불리는 미국의 7대 빅테크(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메타)를 담은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다. 

    NH아문디자산운용도 특정 테마의 상승과 하락에 모두 베팅하는 ETF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시장 대표 지수가 아닌 특정 섹터나 테마를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상품을 잇달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해당 산업의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발하기도 한다. 특히 KB자산운용의 경우 2차전지 인버스 ETF가 관련 산업 및 종목들의 주가 하락을 부추겨 성장성을 가로막는다는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회사 측은 2차전지 관련 상품 시장이 충분히 커진 만큼 헤지 수단이나 트레이딩 상품에 대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에 2차전지 상품을 내놓는 것이 이번이 세 번째로, 회사는 기본적으로 2차전지 산업은 한국의 대표 산업인 만큼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다만 트레이딩 수요 대응 차원에서 투자자들에 투자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인버스 상품의 유무에 따라 투자 심리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만약 공매도를 하려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가 있으면 직접 해당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직접 하지, 인버스 ETF 상품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버스 ETF 시장의 확대에 따라 산업의 성장이 저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운용사 임원은 "최근 들어 특정 산업들이 고평가됐다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인버스 상품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라며 "그들에게 다양한 투자 수단을 확보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iSelect(합성) 상품의 경우 국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장외파생상품을 통해 운용하는 합성형 ETF라는 점에서 배당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수익이 낼 경우 해외주식형 ETF와 마찬가지인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통상 국내 주식이 기초자산인 경우에는 세금 이슈가 있어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합성형 상품을 쓰지 않았다"라며 "이번 상품이 통상적인 관례를 깨트린 만큼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