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차량용 카메라모듈 공급계약 공식화MLCC·반도체기판 등 주력사업 '전장화' 속도"전장 등 성장산업 역량 집중… '초일류 테크 부품회사' 도약"
  • ▲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삼성전기
    ▲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삼성전기
    "전기차·자율주행이 삼성전기에 있어서 기회 요인이다. 전장이라는 성장 파도에 올라타 자동차 부품 회사로 도약하겠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올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강조한 일성이다. 스마트폰 등 IT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는 전장부품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의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미국 자동차 업체와 카메라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기의 이번 공시는 지난해 6월 '테슬라에 5조원대 카메라모듈 공급' 관련 보도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기는 해당 보도 이후 1년간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가, 이번 발표로 공급을 공식화한 셈이다. 다만 공급수량 및 금액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이미 삼성전기는 테슬라 모델S(세단), 모델3(세단), 모델X(SUV), 모델Y(SUV)와 사이버트럭 등 전기 상용차에 카메라 모듈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최근 계약까지 체결하면서 전장용 카메라모듈 공급 규모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전장용 카메라모듈은 전기차 확대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따라 기존에 전·후방 카메라 탑재 수준에서 차량 측면과 내부까지 카메라 탑재량이 증가되는 추세다. 센싱 정밀도 향상을 위한 고화소 카메라 채용 등 고사양 수요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기는 전장용 특화 기술인 외부 환경변화에 관계 없이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고신뢰성 차별화 기술과, IT용 카메라모듈 사업을 통해 축적한 고화소·고화질 대응용 모듈 및 렌즈 기술을 활용해 시장 및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하면서 주요 거래선향 고화소용 공급 확대와 전통 OEM 업체로의 고객 다변화 등으로 사업규모를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기는 고객사 내 확고한 경쟁력과 높을 점유율 유지가 예상된다"며 "북미향 카메라모듈 매출을 추가로 확보해 기존 중국, 유럽향 공급물량을 포함하면 전장향 매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자동차 업체간의 계약으로 다양한 거래선 확보도 용이해질 전망"이라며 "순수 전기자동차와 공급 계약으로 다른 전기자동차 및 전통의 자동차 업체와 추가적인 공급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기는 이번 계약으로 2025년 전장향 카메라모듈 매출이 기존 7000억원대에서 8000억원 이상으로 상향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 내 전장 비중도 지난해 9.7%에서 2025년 24%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을 비롯해 적층세라믹캐패시트(MLCC), 반도체기판 등 기존 주력 사업들의 전장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MLCC의 경우 하이엔드급 전장용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88년부터 MLCC를 개발, 생산한 삼성전기는 초소형, 초고용량 MLCC 부문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온·고압·고신뢰성 등 전장 제품의 라인업을 강화하며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및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MLCC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전장 시장 확대에 따라 삼성전기는 주요 사업부에 전장 전담 조직을 신설해 MLCC, 카메라모듈, 반도체 기판 등 분야에서 전장용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하며 전장용 MLCC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기 텐진 공장은 부산사업장과 함께 IT·전장용 MLCC 주요 생산 거점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장용 MLCC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텐진 MLCC 2공장을 건설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완성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전장용 MLCC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지 못했다가 최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 회장은 2020년과 2022년에도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전장용 MLCC 등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이 올해 20%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전장용 카메라모듈 비중은 15%, 전장용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비중은 30%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전기차 카메라에 탑재되는 파워인덕터 양산에도 돌입했다. '제2의 MLCC' 로 불리는 파워인덕터는 전원 회로에 적용돼 배터리로부터 오는 전력을 반도체가 필요로 하는 전력으로 변환시키고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전자부품이다.

    자동차에 한 대에 필요한 파워인덕터는 100여개가 넘어 스마트폰 대비 2배 이상 쓰인다. 전기차·자율주행 등의 사용처 확대에 따라 오는 2030년에는 자동차에 필요한 파워인덕터 탑재 수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장 사장은 "파워인덕터는 자율주행 및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삼성전기는 소재와 기판 등 기술 융복합을 통한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워인덕터를 '제2의 MLCC'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 사장은 "MLCC, 카메라모듈, 반도체기판 등 주력 사업에서 서버·전장 등 성장산업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고, 로봇·에너지 등 미래 시장에 대한 준비도 단계적으로 병행해 초일류 테크 부품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