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無경력에도 회장 등극 '이변'비은행 중요도↑… "약점 아닌 강점"윤 회장 이어 호남 출신… '지역 안배' 논란 불식
-
KB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선정됐다.같은 내부 출신에 1961년생 동갑내기, 서울대 동문으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친 허인 KB금융 부회장은 아쉽게 탈락했다.당초 금융권 내에선 은행장 경험이 없는 양 부회장이 KB국민은행장을 무려 3연임한 허 부회장에 다소 밀리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은행장 경력 유무는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심층 인터뷰 및 내부 평가 등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로 양종희 부회장을 선정했다.양 부회장은 전라북도 전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주택은행으로 입행해 2008년 서초역지점 지점장을 끝으로 지주로 건너와 대부분의 커리어를 쌓았다.지주에선 이사회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경영관리부 부장, 전략기획부 부장, 전략기획담당 상무 등을 거쳐 2015년엔 지주 재무담당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2013년 말 전략기획 상무 때 LIG손해보험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윤종규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다.이후 2016년 3월 KB손해보험 대표에 올라 3연임에 성공하는 등 회사를 비은행 주력 계열사 반열에 올려놨다. 2018년 2620억원이던 KB손보의 순이익은 지난해 5570억원까지 상승하며 KB금융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지켜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KB손보 대표에서 물러난 뒤에는 윤 회장이 후계자 양성을 위해 10년 만에 부활시킨 부회장직에 가장 먼저 임명되며 '포스트 윤종규' 경쟁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2021년 부회장에 선임된 후에는 3년간 글로벌, 보험, 디지털, 개인고객, 자산관리, SME 등의 부문장을 맡아 그룹 내 은행과 비은행 비즈니스 영역까지 총괄 지휘하며 그룹의 성과를 높이는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
당초 금융권 내에선 양 부회장이 그룹 내 핵심인 KB국민은행장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은행장 3연임에 성공한 허 부회장과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아울러 서울대 법학과 80학번인 허 부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같은 과 1년 후배라는 점, 영남(경남 진주) 출신으로 4대 금융지주 회장의 지역 안배 측면에서도 적절하다는 평이 우세했다.현재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전북 임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전남 보성) 등 2명이 호남 출신이다 보니 KB금융 차기 회장은 영남에서 나오는 게 적절한 것 아니냐는 논리였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충남 부여 출신이다.하지만, 최근 금융지주간 경쟁에 있어 비은행 실적의 중요성이 보다 커진 것이 양 부회장에겐 오히려 기회가 됐다는 평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누적 기준 KB금융의 총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훌쩍 넘어 4대 금융지주 중 1위다.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양 부회장이 비록 은행장 경험은 없지만, 비은행 계열사인 KB손해보험의 성장을 이끈 경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오히려 비은행 실적이 주목받는 현시점에선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이에 따라 그간 은행 중심으로 돌아가던 그룹 경영 방식에도 다소간의 변화가 예상된다"며 "보험을 중심으로 비은행 계열사들간 협업이나 지주 컨트롤타워 역할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한편, 양 부회장은 오는 12일 회추위 및 이사회 추천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20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장직에 공식 선임된다. 임기는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