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선임 의결첫 공식행사 20일 금융위 간담회상생금융, 비은행·글로벌 등 과제 산적부회장 폐지, 계열사 CEO 인사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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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윤종규 회장의 뒤를 이어 향후 3년간 KB금융을 이끌어 갈 새로운 수장으로 공식 선임됐다.KB금융은 17일 오전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양종희 부회장을 사내이사(회장)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주 찬성률은 의결권 행사 기준 97.52%다.이로써 양 회장 내정자는 오는 21일부터 2026년 11월 20일까지 3년간 국내 리딩 금융그룹인 KB금융을 이끌게 된다.양 내정자는 안건 통과 이후 감사 인사를 통해 "국내 경기나 금융산업의 어려움 속에서 주주들이 KB에 기대가 큰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윤종규 회장님의 중장기 전략 추진 방안과 주주환원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더욱 발전시켜나겠다"고 말했다.주총장에 참석한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은 "양 내정자가 회장에 선임돼 평직원에서 회장이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직원들에게 줬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회장 등극의 최종 관문인 주주총회 의결을 가뿐히 넘은 양 내정자이지만, 눈앞의 경영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정부의 구미에 맞는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정상화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양 내정자의 회장으로서 첫 행보는 오는 20일 열리는 '금융당국-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가 될 것을 보인다. 당초 이 행사는 지난주 16일로 예정돼 있어 윤 회장이 참석해야 했으나,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코로나19 감염으로 미뤄져 양 내정자가 참석하게 됐다.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은행권 비판 발언 이후 경쟁사인 신한‧하나금융 등이 소상공인 대상1000억원대 지원 방안을 발표했으나 정부는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다. 이에 20일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양 내정자가 비은행장 출신으로 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만큼, 그룹의 비은행 성장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글로벌 강화 전략도 주목된다.한편, 금융권 내에선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양 내정자가 '변화'와 '안정'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여부도 관심사다. 그룹 계열사 11곳 중 대표이사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되는 곳이 9곳에 달한다.임기 내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경우 1년 연임이 유력시되고 있지만 나머지 KB증권,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의 연임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부회장직 유지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윤종규 회장이 차기 CEO 육성 차원에서 3연임 성공 이후인 지난 2020년 부회장직을 부활시켰으나, 양 내정자는 회장 임기가 이제 시작됐다는 점에서 부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부회장직이 폐지되면 자연스럽게 기존 허인‧이동철 부회장은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범적인 경영 승계프로그램이란 갖췄단 평가를 받는 만큼, 부회장직 대신 부문장 체제는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3부회장+1부문장'에서 '3부문장' 또는 '4부문장'으로 변경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