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13~14일 부분파업 단행 방침기아 노조도 최근 파업 찬반투표 가결 시켜양사 역대급 실적기대에 '노조 리스크' 점증한국지엠, 르노코리아도 파업 가능성 존재
  • ▲ 지난해 현대차 노조의 중앙쟁대위 출범식 모습. ⓒ연합뉴스
    ▲ 지난해 현대차 노조의 중앙쟁대위 출범식 모습.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조가 역대급 요구안을 고수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양사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파업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이날 제23차 교섭을 진행한다. 

    사측이 기본급 인상, 정년 인상 등 핵심 쟁점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노조는 오는 13~14일 각각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사는 지난 6월 13일 상견례 이후 20차례가 넘는 교섭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 및 현실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만 64세 연장하는 내용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측은 이달 7일 교섭에서 ▲기본급 10만6000원 인상 ▲성과급 350%+850만원 지급 등의 2차 임금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거부했다. 

    노조는 이달부터 특근을 전면 거부하면서 사측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이미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언제든지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태도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일 경제갈등,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을 감안해 노사가 무분규 타결을 성사시켰다. 
  • ▲ 기아 노조는 최근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면서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 기아 노조는 최근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면서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 노조도 12일 오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노조는 이달 8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시행해 82.5%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중노위에서 교섭 중지 결정을 받게 되면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된다. 

    기아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금 지급 ▲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 정년 연장 등으로 현대차 노조와 비슷한 수준의 요구안을 내왔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파업 찬반투표는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면서 “사측은 노조의 기대에 맞는 안을 제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노사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영업이익은 14조6357억원, 11조8253억원으로 예측됐다. 

    전년 대비 각각 49.0%, 63.5% 증가한 수치다. 다만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양사 모두 연간 10조원이 넘는 역대급 실적을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현대차, 기아 모두 전동화 시대를 맞아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성과 공유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양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20일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2년까지 10년 동안 109조원을 투자해 전동화 부문 글로벌 탑티어로 도약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아도 올해 4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향후 5년간 32조원을 투자해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강조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지난해 55억 달러(약 7조3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 건립에 나서는 등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 ▲ 한국지엠 노사는 최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며 12~1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연합뉴스
    ▲ 한국지엠 노사는 최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며 12~1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연합뉴스
    한편,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8일 18차 임협 교섭에서 성과급 1000만원 지급, 기본급 7만원 인상 등을 포함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는 이달 12~13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다만 노조는 앞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성과급 1800만원 ▲식재료비 28.8%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잠정합의안 내용과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찬반투표 가결을 낙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사는 올해 7월 18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47.4%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이후 두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노사는 2차 합의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지은 KG모빌리티 외에 나머지 4개사(현대차·기아·한국지엠·르노코리아)가 연쇄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흐름을 감안하면 현대차, 기아 노조는 파업을 결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사측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면서 “자동차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의 지나친 이기주의는 공멸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