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 등 글로벌 기업, 내연차 강화 의지 발표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전환 속도 ↓중국산 전기차 공세 거세 … 낮은 수익성도 해결해야
  • ▲ 중국 동부 장쑤성 타이창항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선적 대기 중인 비야디 전기차 ⓒ연합뉴스
    ▲ 중국 동부 장쑤성 타이창항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선적 대기 중인 비야디 전기차 ⓒ연합뉴스
    BMW,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등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잇달아 내연기관 자동차 관련 개발 및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장기화로 인한 영향이 심화되면서 내연차 분야에 재차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의 전기차 전환 과정이 순탄치 않은 만큼 내연기관 시장 재공략을 통해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독일 벤츠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최첨단 내연기관 밴'을 만들기 위한 기본 설계를 새롭게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벤츠는 당초 이를 개발하지 않고 내년부터 전기차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내연기관 차를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전기차 침체 속 내연차의 중요성이 커지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벤츠는 이와 더불어 올해부터 2027년 사이에 내연기관차는 19개 차종, 순수전기차는 17개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올라 켈레니우스 벤츠 CEO는 이와 함께 "2030년까지도 전기차가 시장을 독점하지 못한다면 수익성 좋은 내연기관차 출시를 줄이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내연차의 중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실제 벤츠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198만340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3% 감소했으나, 순수전기차(BEV)의 경우 18만5100대를 판매, 전년 대비 무려 23% 감소했다. 

    실적도 부침을 겪었다. 벤츠는 지난해 매출액이 1456억 유로로 집계, 전년보다 4.5% 감소했다. 영업이익 또한 97억 유로에서 136억 유로로 31%가량 줄었다.

    전동화를 미루고 내연기관에 재차 힘을 주는 회사는 벤츠뿐만 아니다. 독일의 BMW도 최근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엔진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요헨 골러 BMW그룹 고객·브랜드·세일즈 부회장은 "미국 행정부 정책 변화로 향후 수년 동안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라며 "전기차 전환 과정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볼보는 작년 말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철회, 10%는 하이브리드차로 생산하기로 했다. 도요타, 포드, 포르쉐 등도 전동화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이러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내연기관 투자 확대의 배경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의 전기차 전환 과정이 급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유세 당시부터 "내연기관을 부활시키겠다"라며 전기차 후퇴를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를 선언했으며, 전기차 보조금 제도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각종 보조금 혜택을 폐지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소 폐쇄를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중국이 값싼 전기차를 내세워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을 늦추는 요소로 풀이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 비야디(BYD)는 지난해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 총 413만7000대를 팔았다. 저가 전기차 모델들이 급성장한 영향이다.  BYD는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매출이 테슬라를 앞지르기도 했다.

    전기차의 수익성이 내연차 대비 낮은 점도 걸림돌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는 수익성이 많이 떨어지는 상태"라며 "전기차 산업의 불확실성을 체감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전환에 속도 조절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