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환자 응급실 방문 억제 필요한데… 쉽게 구할 약 품목 부족이주열 교수 "긴 연휴 기간엔 품목 확대 필요성 커져" 지산제·제산제 등 더 늘려야… 타이레놀 생산 중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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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에도 일 평균 약 1만곳의 병·의원, 약국은 문을 열지만 의료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가벼운 질환일 경우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복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특히 명절 기간 더 붐비는 응급실에 경증환자 방문을 억제해 위급한 환자를 먼저 받기 위해서라도 주변에서 쉽게 약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안전상비약 제도 도입 후 10년이 넘게 품목 수는 확대되지 않은 채 유지만 하고 있어 국민 불편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약사법상 안전상비약은 20개 이내로 지정할 수 있기에 조속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안전상비약은 4개 질환군 13개 품목으로 ▲해열·진통·소염제(판피린티정, 판콜에이내복액, 어린이부루펜시럽, 어린이용타이레놀정80㎎, 어린이타이레놀무색소현탁액100㎖, 타이레놀정160㎎, 타이레놀정500㎎) ▲건위소화제(닥터베아제정, 베아제정, 훼스탈골드정, 훼스탈플러스정) ▲진통·진양·수렴·소염제(신신파스아렉스, 제일쿨파프) 등이다. 

    이 중 어린이용 타이레놀정80㎎, 타이레놀정 160mg은 생산 중단된 상태로 현재는 재고분이 유통되고 있으며 정부는 하반기 중 지정 취소를 검토 중이다. 만약 대체약 추가가 없을 경우엔 기존 13개 품목서 11개로 줄어든다. 

    소비자 및 시민단체 차원에서는 품목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지난 3월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올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안전 상비약 구입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62.1%가 '품목 수가 부족해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해당 조사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명절 기간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평소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는 매출 추이가 이를 증명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범위 아래에서 안전상비약 제도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어 공휴일, 야간은 물론 긴 명절 기간에 불필요한 병원, 응급실 방문이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볍게 안전상비약을 복용하면 되는 상황인데 안전성을 빌미로 국민 편익이 외면받는 형국"이라며 "물론 안전성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규제요인이 더 큰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연휴 기간 응급실 과밀화를 해결하기 위해 '경증환자 방문 자제'를 연일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안전상비약 품목을 제한해 이율배반적 정책 설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존 안전상비약 제품군에 더해 지산제, 진경제, 제산제, 화상치료제 등을 포함한다면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연화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 위원장은 "이번 추석 연휴는 길어서 안전상비약 품목 부족이 더 크게 와닿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왜 지속적인 소비자의 요구를 묵인하는지 이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제도가 유지되다 보니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상비약을 구매해 오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조속한 제도 개편을 통해 20개까지 품목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안전상비약 확대에 비판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무분별한 안전상비약 확대가 오남용, 부작용 문제로 이어진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편의점 가맹본부 3사(CU, GS25, 세븐일레븐)가 이달부터 안전상비약 중복구매 방지 시스템을 적용하고 24시간 미운영 매장에 발주 제한 조치를 한 상태라 연휴 기간 구매가 예년 대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명절 특수를 받는 안전상비약의 제한된 품목 수와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염규석 편의점산업협회 부회장을 참고인으로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