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정밀기계 인수 계획 철회… 반도체전공정 양도유동성 6000억원 확보… 주력사업 투자 활용할 듯일각선 “늘어난 재무부담 안정화 작업” 해석도
  • ▲ ⓒ한화
    ▲ ⓒ한화
    한화그룹이 지난해부터 이어온 사업구조 재편을 잠시 멈추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가 필요한 주력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최근 한화정밀기계 주식 60만주를 5250억원에 취득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작년 7월 인수 계획을 발표한지 1년 2개월 만이다.

    지난해 7월 한화그룹은 발표한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임팩트 간 사업 재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유사 사업군을 통합하고 체질 개선을 병행해 경영 효율성 제고와 사업 전문성 강화를 꾀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특히 ㈜한화는 한화정밀기계 인수 등을 통해 소재, 장비 및 인프라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고 자체 수익성, 미래 성장성을 극대화할 계획이었다. 기존 모멘텀 부문의 이차전지, 태양광 등 공정 장비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에 한화정밀기계의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장비, LED 칩 마운터 사업 역량을 더해 반도체 공정·장비 분야 전문업체로의 도약을 꿈꿨다.

    대신 한화정밀기계에 ㈜한화의 반도체 전공정사업을 750억원에 양도한다. 한화정밀기계는 기존과 같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로 남는다. 

    한화 관계자는 “사업 및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한화정밀기계 지분 취득으로 제품, 사업 경쟁력 제고 및 시너지 확보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매도인과 상호 합의하에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의 이 같은 선택은 반도체 업황이 둔화하는 등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신 이차전지와 태양광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기업 가치 증진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

    실제 ㈜한화가 계획 발표 당시 언급했던 거래종결일은 올해 1월 3일이었지만 작년 말 취득일자를 올해 5월 31일로 5개월 가량 늦췄고, 이후 2차 거래종결일에 거래를 끝내지 않고 오는 12월 31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당시 ㈜한화 관계자는 “일부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양사 협의하에 종결일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모멘텀 부문을 통해 태양광·이차전지 사업에 집중하고, 한화정밀기계는 반도체 전후공정 사업 통합으로 독자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한화정밀기계 인수에 사용하려던 비용과 반도체공정 양도로 발생한 금액을 태양광과 이차전지 투자에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화가 한화오션 인수 등 사업 확장으로 불어난 그룹 재무부담을 줄이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말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금융 계열사 제외)들의 총 차입금은 약 24조원까지 늘었다. 2018년 15조5000억원 수준이었던과 비교하면 5년 만에 8조원 가량 늘어난 셈이다. 

    특히 올해에는 한화오션에만 3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하며 자금 여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한화오션 인수에 2조원을 투입했고, 오는 11월에는 또 한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약 8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지난 5월 진행한 유상증자가 재무구조 개선에 방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신사업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포르, 한화컨버전스 등 5개 계열사가 자금을 투입한다.

    이에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하는 등 재무안정성 확보에 고삐를 죄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한화는 정밀기계 주식 취득금 5250억원과 반도체공정 양도금 750억원 등 총 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됐다”면서 “모멘텀은 한화로보틱스 출범으로 로봇사업을 분리한 만큼 이차전지와 태양광사업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수익성 관점에서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