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브렌트·두바이 유가 일제 상승달러화 강세에 환율 불안, 증시 혼조미 국채(10년) 금리 곤두박질경기침체 우려… 긴축 기조 변화 주목
  • ▲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국제 유가는 일제히 상승했고, 미국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급격한 경기침체 우려가 더해지며 시장금리는 급락했다.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86.38달러로 전일대비 3.59달러(4.33%) 올랐다. 영국 브렌트유는 3.57달러(4.22%) 오른 88.15달러에 거래됐고, 두바이유도 2.65달러(3.08%) 올라 88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말 90달러선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었다가 하락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이번 중동 분쟁으로 급등세로 돌아서며 시장을 불안케 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황수옥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 원유 증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80달러 초반까지 하락했지만, 전쟁 불확실성에 다시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성도 커졌다. 중동 무력충돌로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 원/달러 환율에 대한 상방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변 산유국까지 전쟁이 확전되거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증폭될 경우 국제유가와 금리 상승압력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다.
  • ▲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뉴데일리DB
    ▲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뉴데일리DB
    시장의 관심은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보다 경기 침체에 모아지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스라엘 분쟁도 장기화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긴축 기조도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6일 4.887%를 찍었던 미국 국채(10년) 금리는 개장 첫날인 9일(현지시간) 4.640%로 급락했다. 고점 대비 5% 이상 하락한 것이다. 단기물인 국채 2년물 금리도 5%대가 무너진 4.934%로 마감했다. 중동 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더이상 긴축을 고집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연방기금 선물 수익률을 추종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1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8%로 반영하고 있다. 이스라엘 전쟁 전인 지난주 72%보다 동결 가능성은 더 짙어졌다. 금리인상을 한차례 쉰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24.4%로 집계됐다. 이 역시 지난주 39%에서 크게 하락한 수치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장기화 속 높은 시장금리 수준이 고착화될 경우 금융불안감이 추가적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며 "연준 입장에서도 통화긴축 전략을 다시 검토할 필요성이 증대한다"고 내다봤다.

    연준의 금리 결정에 앞서 이달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의 판단도 주목된다. 4%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도 문제지만, 우리 금융시장 불안요소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당초 예상한 근원물가 상승세의 완만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 것도 고민이다.

    금융당국은 한국은행과의 시장상황 합동 모리터링을 강화하고 신속한 공조를 통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본격적인 시장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초기 상황이지만 사태 전개 방향이 매우 불확실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