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 가정해 상환능력 검증…한도축소 전망하반기부터 은행 신용대출, 2금융 주담대에도 적용"대출 억제" 은행 금리인상 겹쳐 대출 문턱 더 높아져
  • ▲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에 붙어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 240220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에 붙어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 240220 ⓒ연합뉴스
    이번 주부터 은행권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처음 적용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다. 이는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고려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보수적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일부 은행이 연초부터 상당 폭 불어난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금리까지 올리는 분위기인 만큼 은행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26일부터 일제히 새로 취급하는 주택담보(오피스텔 포함) 가계대출의 DSR을 '스트레스 금리' 기준으로 산출한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해당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권의 경우 대출자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안에서만 대출을 내줄 수 있다.

    지금까지는 현재 실제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산정했지만, 26일부터 시작되는 이른바 '스트레스 DSR' 체계에서는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 폭까지 더한 더 높은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따진다.

    금리가 더 오르면 늘어날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반영해 변동금리 대출 이용자의 상환능력을 더 깐깐하게 보겠다는 뜻이다. 결국 새 DSR 규제에 따라 산출되는 대출한도가 기존 방식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연봉 5000만원인 A씨가 4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주택담보대출(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을 받으면 스트레스 DSR 적용에 따라 당장 26일부터 대출한도가 2000만원 정도 줄어든다.

    기존 DSR 산출 방식에 따라 현재 5.0%인 주담대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DSR 40%(연봉의 40%, 2000만원)를 꽉 채우면 최대 3억4500만원(연간 원리금 1996만원=원금 862만5000원+이자 1133만7000원)까지 빌릴 수 있다.

    하지만 26일부터는 현재 금리가 5.0%라도 은행은 여기에 0.38%p를 더한 5.38%를 기준으로 DSR을 계산한다.

    가산 금리 폭(0.38%p)은 다소 복잡한 규정에 따라 산출됐다. 

    지난해 11월 가계대출 금리와 이전 5년간 최고 금리의 차이(한국은행 집계 예금은행 가중평균 가계대출 금리 기준. 5.64-5.04%=0.6%p)가 당국이 정한 하한 수준(1.5%p)보다 낮아 1.5%p가 스트레스 금리로 설정됐고, 시행 1단계(2024년 2월26일~6월30일)에서는 스트레스 금리의 25%(1.5%p×0.25=0.375%p)만 적용된다.

    5.38%의 금리 조건에서 A씨의 최대 주담대는 3억2800만원으로, 기존 방식(3억4500만원)보다 1700만원 깎인다.

    같은 조건의 혼합형 금리(5년 고정금리 이후 시장금리 기준 6개월 또는 12개월 주기 변동금리)나 주기형 금리(5년 고정금리 이후 시장금리 기준 60개월 주기 변동금리) 상품의 한도축소 폭은 각 1100만원(3억4500만→3억3400만원), 500만원(3억4500만→3억4000만원)으로 변동형 상품보다는 작다.

    금리 안정성 측면에서 고정금리 기간과 변동금리 조정 주기를 최대한 늘리자는 스트레스 DSR 도입 취지에 따라 변동형(스트레스 금리 1.5%×100%×25%)보다는 혼합형(1.5%×60%×25%)에, 혼합형보다는 주기형(스트레스 금리 1.5%×30%×25%)에 더 적은 스트레스 금리를 더한 결과다.
  • ▲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장구. 230918 ⓒ뉴시스
    ▲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장구. 230918 ⓒ뉴시스
    하반기 이후 스트레스 DSR 체계가 2단계(2024년 7월1일~12월31일), 3단계(2025년 1월1일 이후)로 넘어가면 대출한도 축소 폭은 더 커진다. 스트레스 금리의 반영 비율이 1단계 25%에서 2단계 50%, 3단계 100%로 갈수록 높아지는 탓이다.

    A씨의 변동금리 주담대 한도는 △스트레스 DSR 이전 3억4500만원 △스트레스 DSR 1단계 3억2800만원 △2단계 3억1200만원 △3단계 2억8400만원이다.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3단계 스트레스 금리도 1.5%p로 가정됐다. 이는 현재 금리 추세로 미뤄 올해 11월을 기점으로 현 금리와 직전 5년간 최고 금리와의 실제 격차를 다시 따져도 하한선(1.5%p)을 밑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만약 A씨가 변동금리를 고집한다면 불과 약 10개월 만에 최대 대출액이 6100만원(3억4500만→2억8400만원)이나 깎이는 셈이다.

    더구나 2단계부터 은행권 주담대뿐만 아니라 은행권 신용대출과 은행 외 2금융권 주담대에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고, 3단계에서는 적용 범위가 모든 가계대출로 넓어지는 만큼 갈수록 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전체 대출한도가 뚜렷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스트레스 DSR 적용에 최근 시중은행의 인위적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금융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 창구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28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금리를 상품에 따라 0.10~0.30%p 올릴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19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각 0.05~0.20%p 인상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코픽스나 은행채 등 지표금리 흐름과 상관없이 가산금리를 더하거나 우대금리를 깎아 금리를 올리는 것은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한 '갈아타기 대출' 유치 경쟁 등으로 연초부터 가계대출이 적지 않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20일 열린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 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과도한 금융회사 등에 대해서는 자체관리방안 등을 신속히 협의해나갈 방침"이라고 압박한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라도 올려 가계대출 수요를 억누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1303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말 695조3143억원보다는 1840억원 줄었지만, 지난해 말 692조4094억원과 비교하면 2조7209억원(0.39%) 늘었다.

    특히 주담대(535조원)의 경우 1월 말 543조원보다 1조3057억원 많고, 지난해 말 529조원 이후 불과 50여일 사이에 5조원(1.08%) 더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추세는 아니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인 1.5~2%를 고려하면 증가 속도가 빠른 것도 사실"이라며 "대환대출 경쟁 과정에서 금리를 낮춘 은행들이 다시 올리고, 이번 주부터 스트레스 DSR까지 적용되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다소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