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경제동향서 2개월 연속 '불확실성 우려' 표명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영향 빠져… 내달 전망 더 어두워질 듯"소비여력 제약 우려… 통화긴축·中리스크 등 하방위험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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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반도체 생산이 반등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도 상존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지난 7월과 8월 경기가 저점을 지나가고 있다거나 경기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달 전망에서는 국제유가 상승과 중국 경기 불안 등으로 경기 부진 완화 흐름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위기를 바꿨다.

    이달까지 두 달 연속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번 전망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원유 공급이나 금융 불안 등 경제 영향은 빠져 있어, 이런 내용이 반영될 다음 달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KDI에 따르면 지난 8월 전(全)산업 생산은 반도체 생산 증가로 전달(7월) 1.5% 감소에서 1.5% 증가로 전환됐다.

    인공지능(AI) 서버 관련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로 반도체 생산이 1년 전보다 8.3% 증가하면서 광공업생산 감소 폭이 -8.1%에서 -0.5%로 축소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해서도 반도체 생산은 13.4% 늘었다.

    금융거래 확대와 해외여행 증가의 영향으로 서비스업 생산은 1.7%, 금융·보험업은 5.7%, 운수·창고업은 8.1% 각각 늘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월 70%에서 8월 73.4%로 큰 폭으로 상승해 제조업 부진 완화를 시사했다고 KDI는 설명했다.

    수출은 전달(8월) -8.3%에서 9월 –4.4%로 감소 폭이 축소되는 등 반도체를 비롯한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이 완화됐다. 반도체 수출이 -20.6%에서 -13.6%로 감소 폭이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철강(-11.3%→6.8%), 자동차(28.7%→9.5%), 일반기계(7.7%→9.8%)도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 부진이 완화되면서 무역수지는 3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미국 등 주요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국제유가도 상승함에 따라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은 확대됐다고 KDI는 지적했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가격이 7월 80.5달러, 8월 86.5달러, 9월 93.3달러로 급등했다.

    8월 소매판매는 고물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4.8%를 기록했다. 전달(-1.7%)보다 감소 폭이 확대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수입승용차(15.7%→0.9%)의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된 가운데, 통신기기·컴퓨터(8.4%→-2.1%), 음식료품(-2.8%→-8.5%)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고금리의 장기화,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투자 여건이 제한되며 설비투자는 7월 -11.2%에 이어 8월 -14.9%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 ▲ 서울 시내 주유소 ⓒ연합뉴스
    ▲ 서울 시내 주유소 ⓒ연합뉴스
    건설투자는 지표상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택 관련 선행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8월 건설기성(불변)은 공사비 증액과 지연됐던 공사 재개로 전달(10.5%)보다 높은 12.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경상)는 -59%, 주택인허가 -89.4%, 주택착공 -69.6% 등을 기록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장마와 폭우 등에 따른 기상여건 악화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은 7월 21만1000명에 이어 8월 26만8000명으로 두달 연속 20만 명대에 그쳤다.

    9월 소비자 물가의 경우 국제유가와 농산물 등 변동성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져 3.7%의 상승률을 보였지만,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3%로 전달과 같았다. 

    KDI는 "미국의 통화긴축 장기화 기대가 확산함에 따라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하면서 경기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소비 여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세계경제는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통화긴축과 중국의 경기둔화, 유가 상승 등 하방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4%, 세계 성장률 전망은 3.0%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하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은 우리나라의 경우 2.4%에서 2.2%, 세계는 3.0%에서 2.9%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