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11번가 인수 관련 실사 진행… 수개월 걸릴 수도11번가 인수 성공하면 단번에 점유율 11.16%로 업계 3위1조원 넘는 자금 동원 능력, 시너지도 아직은 미지수
  • ▲ 구영배 큐텐 대표.ⓒ큐텐
    ▲ 구영배 큐텐 대표.ⓒ큐텐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사는 단연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다. 큐텐이 지난해부터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쇼핑을 잇따라 인수한 것에 이어 11번가 인수를 추진하면서 그야말로 이커머스 시장의 큰 손으로 급부상했다.  

    큐텐이 11번가까지 인수하게 된다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는 단번에 뒤집히게 된다. 큐텐의 보유한 플랫폼이 G마켓-SSG닷컴을 단숨에 앞지르면서 네이버, 쿠팡에 이어 3위로 자리하게 되는 것. 구 대표가 2009년 그가 창업했던 G마켓을 매각한 이후 그야말로 화려한 복귀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딜이 성사될지는 아직까지 변수가 상존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최근 11번가에 대한 실사에 착수했다. 이번 실사의 목표는 11번가 인수다. 다만 큐텐이 11번가의 인수에 대해 법적 우선권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경영권을 인수할지, 일부 투자에 그칠지 여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11번가의 최대주주 SK스퀘어는 이 외에도 다수의 투자자와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이 향후 11번가를 인수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SK스퀘어 안팎에서는 이번 큐텐의 실사가 수개월을 소요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11번가의 운명도 올해를 넘겨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목할 점은 구 대표가 11번가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큐텐은 수개월 전에도 11번가 인수를 제안했다가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인수 논의가 재추진 된 배경에는 11번가 인수에 대한 구 대표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여기에는 큐텐이 국내 유통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이 M&A를 통한 복수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주효하다. 큐텐은 지난해 티몬을 시작으로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단번에 주요 이커머스 사업자로 떠올랐다. 

    공정위에 따르면 큐텐이 보유한 이커머스 플렛폼 세 곳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4.6%에 달한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에 이은 업계 7위 수준이다. 여기에 7.0% 점유율을 지닌 11번가를 인수할 경우 11.16%로,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과 SSG닷컴의 10.1% 점유율을 단번에 앞지르게 된다. 큐텐이 이커머스 시장 3위 사업자가 되는 셈이다. 

    오픈마켓만 봤을 땐 11번가를 포함한 이커머스 4사의 점유율이 쿠팡의 점유율 15.9%를 앞지른 21.09%로 업계 2위로 부상한다. 구 대표가 2009년 G마켓을 매각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떠난 이후 그야말로 금의환향(錦衣還鄕)이 이뤄지는 셈이다.

    다만 이런 큐텐의 광폭 행보가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큐텐의 자금력이 11번가를 인수할 수준이 될지도 불분명하다. 싱가포르 법인인 큐텐의 재무구조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큐텐의 자금력 상당이 물류 계열사 큐익스프레스(Qxpress Pte. Ltd.)의 상장 차익을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큐익스프레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상장 심사를 받고 있다. 실제 큐텐은 지금까지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할 당시 현금 대신 지분교환을 통해 인수했다. 하지만 재무적투자자(FI)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하는 SK스퀘어 입장에서는 단기간 내 현금화가 어려운 지분 교환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수백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기존 M&A와 달리 11번가의 몸값은 1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큐텐이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비슷한 오픈마켓의 각기 다른 플랫폼을 보유하는 것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한편, SK스퀘어는 2018년 사모펀드 H&Q코리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으로부터 11번가는 에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5년 내 상장을 약속했지만 지난달 기일을 넘기면서 약정된 수익률과 함께 투자금을 모두 돌려줘야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