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서 직원 차출… 사무실 꾸리고 자금 조달 논의구본준 회장 의지 반영된 듯… 재계 10위권 디딤돌해운업황 둔화·고유가·고금리는 인수전 완주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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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 인수와 관련해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이어오던 LX그룹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본격 행보에 나서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은 최근 내부에 HMM 인수를 위한 비공식 TF를 신설했다. 

    각 계열사에서 직원을 차출해 별도의 사무실도 차렸다. TF팀은 비공식적인 조직으로 인수 시나리오와 자금 조달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LX그룹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TF에는 LX인터내셔널과 LX판토스 등 HMM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물류 계열사 직원이 상당수 포함됐다”면서 “서울 모처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인수 금융 조달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LX그룹이 HMM 인수를 위한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LX그룹은 작년 말 HMM 매각설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부터 꾸준히 유력한 원매자로 이름을 올려왔다. 그러나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말을 아껴왔다.

    올해 8월, 장고 끝에 HMM 인수전에 최종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여전히 경쟁사들에 비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HMM 인수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TF는 설립 직후 삼덕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실사에도 돌입한 상태다. 실사는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 11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구본준 회장의 HMM 인수에 대한 적극적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구 회장은 2021년 5월 LX그룹 출범 이후 꾸준한 인수합병(M&A)으로 그룹의 외형을 키워왔다. 한국유리공업(현 LX글라스)과 바이오매스 발전소 운영사인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북미 지역 물류회사 트래픽스, 차량용 전력 반도체업체 텔레칩스 등의 지분 투자도 단행한 바 있다.

    다만 그룹의 체질을 바꾸거나 미래 도약을 이끌 대규모의 M&A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HMM을 인수하면 단숨에 재계 10위권으로 덩치를 키우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물류 사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사업 포트폴리오 건전화에 힘써 나가야 한다”면서 “신사업은 기업의 미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LX그룹의 HMM 매각전 완수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수 자금 마련이 관건으로 꼽히지만 현재 제1금융권 상당수로부터 인수 금융을 제안받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녹록지 않은 해운업황과 유가 상승, 장기화하는 고금리 기조는 인수전 완주의 변수다. 

    해운업은 코로나19 기간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 업황이 둔화하며 하강국면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 세계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800대까지 내려가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어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전쟁으로 중동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해운사의 경우 운항원가의 10~25%가 유류비에 달해 유가가 높을수록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동시에 미국 연준의 긴축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전망도 커지고 있다. HMM의 몸값이 최소 5조원으로 전망되는 만큼 인수 금융을 조달하는 경우 적지 않은 금액을 이자 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HMM 인수전의 방향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는 사업과 의지를 갖고 있는 있는 기업이 유력한 원매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HMM 인수전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