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105% 증가KB 3.6조, 하나 2.1조, 우리 1.8조, 신한 1조, 농협 3000억 順 해외 오피스 수요 위축… 리파이낸싱 거부 사례 늘어
  • ▲ 뉴욕 맨하탄 전경ⓒ뉴데일리
    ▲ 뉴욕 맨하탄 전경ⓒ뉴데일리
    10조에 육박하는 은행권 해외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수익을 노린 오피스 등 해외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잔액은 올해 6월 기준 8조8000억원으로 2년전(4조3000억원)대비 105%(4조5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전체 해외부동산 투자잔액 9조8000억원의 90%가 5대은행에 쏠렸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3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이 2조1000억원, 우리은행이 1조8000억원, 신한은행이 1조원, 농협은행이 3000억원 순이었다. 

    국민은행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2021년 6월에도 1조4000억원이었지만 2년새 2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문제는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정착하면서 오피스 수요가 줄고 있고 고금리가 지속돼 해외 부동산시장 위축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부동산 투자 리스크는 증권사들이 가장 크지만 증권사들이 가져온 해외 부동산 투자 건을 은행들이 재매각(셀다운) 형태로 받아가면서 은행도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계속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밸류에이션이 고점 대비 30~40% 하락한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거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홍콩 주룽반도에 있는 '골딘 파이낸셜 글로벌 센터'에 2800억원을 대출해줬는데 이중 765억원은 우리은행이 VVIP고객들을 대상으로 펀드형태로 판매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확산과 경기침체로 오피스 수요가 급감하고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맞물리면서 손실처리됐다. 

    중순위(메자닌) 대출에 투자한 우리은행은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지난 7월 투자자 손실을 일부 보상키로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는 2018년 독일 트리아논 빌딩을 투자자산으로 담은 해외 부동산 펀드로 국민은행도 해당 펀드를 판매했다. 

    그러나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건물의 주요 임차인인 데카방크가 임대차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해 국민은행 등 금융사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하나금융지주가 지원한 ‘하나대체투자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90호(야마다 전기 펀드)’도 만기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손실 위기에 직면했다. 하나은행 등 금융사들은 해당펀드를 판매했는데 만기를 앞두고 일본의 부동산 가치가 하락해 매각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손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해외 부동산펀드(78조5000억원) 중 3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가 40%에 육박해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올해 9조500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 11조6000억원 2025년 8조8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외 오피스의 공실이 증가해 가치 하락이 이어지며 대주단들이 에쿼티(equity) 추가 납입을 하지 않는 경우 현지 은행들이 리파이낸싱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펀드에서 부실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