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감서 미성년 배당소득·100억 이상 재산상속 지적"정부, 부의 세습·대물림·양극화 해소 의지 없어" 비판英, 상속세 폐지 검토…政, 유산취득세 개편 추진 제동전문가 "인플레이션으로 과세대상 늘어…상속세 개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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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어린 나이에 재산을 물려받는 이른바 '금수저' 관련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상속세 결정 현황 자료를 분석, 상속재산 가액이 100억 원을 초과한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준 사람)은 2018년 185명에서 지난해 338명으로 1.8배 늘었다고 지적했다. 상속재산 가액도 2018년 3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 39조 원으로 11.4배 늘었다며 "부의 세습이 강화되면서 일하며 삶을 일구는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고 언급했다.

    전날에는 김주영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미성년자 배당소득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 의원은 0세 배당소득자는 2021년 귀속 7425명으로 2020년 2439명보다 3배 이상 급증했으며 2017년 219명과 비교해서는 33배 뛰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부의 대물림과 소득 불평등이 매년 심화되는데, 윤석열 정부는 양극화 완화 의지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도 2018년부터 5년간 20~30대 청년에 대한 증여세 결정건수는 37만301건, 증여재산가액 총액은 73조4103억 원으로 "부의 대물림이 심화됨에 따라 청년세대가 사회생활의 출발선에서부터 극심한 좌절감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 같은 지적은 매년 국감 때마다 되풀이되는,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일이다. 야당 의원들은 매년 상속·증여재산이 늘어난 것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서민들의 시각에서 제도를 바라보고 정부에는 양극화 완화 의지가 없다고 비판한다. 상속세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개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무색하게도 상증세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야당의 이런 시각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999년부터 과세표준과 세율 등 과세체계가 그대로인 상속세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다.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과세까지 하면 최고세율은 60%로 OECD국가 중 1위가 된다.

    현재 상속세 과세체계는 과표 1억 원 이하·세율 10%, 1억~5억 원·20%, 5억~10억 원·30%, 10억~30억 원·40%, 30억 원·50%다. 3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물려준다면 절반 가까이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24년 동안 과표와 세율이 그대로라는 의미는 가만 있어도, 경제규모가 커지고 소득이 높아지며 상속세 납부대상 인원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뜻이 된다. 실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1999년 591조 원에서 지난해 2161조 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1999년 1254만 원에서 지난해 4248만 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단순하게 해석하면, 현재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과표 30억 원 이상 구간의 경우 현재 기준으로 120억 원 정도는 돼야 경제규모나 화폐가치에 맞다는 계산이 나온다. 
  • ▲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현대9,11,12차)의 116제곱미터(㎡)·35평은 2000년 당시 매매가가 5억3000만 원이었지만 이달 기준으로는 38억5000만 원이다. 예를 들어 살고있는 아파트가 전 재산인 A씨가 해당 아파트 입주시기인 1982년부터 현재까지 같은 아파트에 살다가 사망해 자녀에게 아파트를 물려준다면 상속세 최고세율인 50%를 적용받는다. 가지고 있는 다른 재산이 없다면 아파트를 팔아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상속세 과세인원도 크게 늘어났다. 2000년 기준 상속세 과세인원은 1400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만5800명이 과세대상이었다. 상속세수도 2000년에는 5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7조6000억 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경제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상속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막대한 상속세로 기업 경영권을 해외에 매각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데다, 우리나라 같은 유산세 방식은 OECD 국가 중 미국과, 영국, 덴마크 등 4개 국가 뿐이다.

    이에 정부는 재산을 물려받는 사람 기준으로 과세를 하는 유산취득세 개편을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에 현재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영국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지난달 상속세를 "가장 혐오스러운 세금"이라고 밝히며 상속세 단계적 폐지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속세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는 커녕 야당의 부의 대물림, 부의 세습, 양극화 심화라는 색안경 낀 주장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야당의 주장처럼 과거보다 현재가 부의 세습이나 대물림이 강화됐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제도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1999년 이후 상증세는 세율이나 과표 변화가 없었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상속세를 안 내던 사람이 더 내게 된 것을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산이 강남에 집 한채가 전부인 가정에서 남편이 사망하면 아내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집을 팔아야 한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며 "지금은 부자증세가 아니라 서민증세가 문제다. 이제는 상속세 개편에 대해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