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총수일가 소유회사의 김치와인 강매법원 "총수일가 회사 실적 개선 위해 지시"
  • ▲ 법원. ⓒ정상윤 기자
    ▲ 법원. ⓒ정상윤 기자
    총수일가의 소유회사가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들이 구매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기유 전 티시스 대표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19부 박혜정 판사는 26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대표에 벌금 4천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대표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재직하며 2014년 4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휘슬링락CC(구 티시스)이 생산한 김치 95억5천만원 어치를 계열사들이 구매하게 한 혐의로 2021년 8월 불구속 기소됐다. 티시스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그는 또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계열사들이 총수일가가 소유한 회사 메르뱅으로부터 46억원 상당의 와인을 구매하게 한 혐의도 있다.

    김 전 대표는 거래처 등에 선물을 제공할 필요가 있을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2014년 8월에는 임직원 명절선물로 이 와인을 지급할 것을 계열사에 지시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의 이같은 지시는 태광그룹 비상경영 회의나 경영기획실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2019년 6월 이 전 회장과 태광 계열사들에 과징금 21억8천만원과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 전 회장과 경영진, 계열사 법인 등을 고발했다. 이에 이 전 회장과 계열사들은 공정위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계열사들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이 정당하다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2014년 전에도 계열회사들이 김치나 와인을 구매한 적이 있기는 하나, 2014년부터 구매 수량이 크게 증가한 점 등의 사정을 보면 계열회사나 직원들의 필요에 의해 김치와 와인을 구매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경영기획실이 비상경영회의를 통해 휘슬링락CC(구 티시스)와 메르뱅의 실적 개선을 위해 의무적으로 구매하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집단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100%인 회사를 위해 계열회사를 이용하는 행위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소액주주와 채권자의 이익을 해한다"며 "총수 일가의 회사가 부담해야 할 적자가 다른 계열사로 전가될 수 있는 바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24일 이 전 회장이 자택과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 골프장 태광CC를 압수수색했다. 이 전 회장이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지 2개월만이다.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