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1차 투표서 119표 득표 ‘완승’… 韓, 29표 그쳐정재계 ‘원팀코리아’ 대장정… 18개월간 지구 495바퀴외교·경제 영토 확장… 韓기업, 공급망 다변화 등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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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EXPO) 유치에 실패했다. 원팀코리아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오일머니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다만 정재계는 유치전에서 글로벌 네트워킹을 대폭 강화하며 한국의 외교·경제 영역을 크게 넓히는 성과를 얻게 됐다.29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 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며 개최지로 선정됐다.총 165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119표(72%)를 얻었고 한국은 29표(18%), 이탈리아는 17표(10%)를 얻었다. 1차 투표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나라가 나오면 개최지로 결정된다.앞서 이뤄진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서 한국은 부산엑스포가 인류가 당면한 공동 과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연대의 장’이 될 것이라는 비전을 부각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근무 경험에서 얻은 국제사회 연대의 필요성을 각국 대표들에게 강조했다. 동시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나승연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 등도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그러나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박람회장 조성에만 78억 달러(약 10조1500억원), 리야드에 1조 달러(약 1300조원)에 달하는 기술 투자 등 오일머니를 앞세워 공격적 홍보를 펼쳐왔다.당초 후발주자였던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가 ‘원팀’을 구성, ‘북한 빼고 모두 만났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세계 곳곳을 누비며 전방위 외교전을 펼쳤다. 특히 경제인들은 개최지 선정 투표가 임박한 지난 주말까지 프랑스 파리에 집결해 부산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내년 사업계획 수립과 정기 인사 등 산적한 업무를 만사 제쳐두고 ‘사업보국’ 실현에 나선 것이다.이 같은 상황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BIE 총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더불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 인권 및 자국 언론인 등을 탄압하며 문화적 반감을 산 것과 불안한 중동정세가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면서 박빙을 예상하는 시각들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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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외교·경제 영토 넓혀… 글로벌 네트워킹 기반 공급망 다변화 속도비록 아쉽게 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도전은 단순 도전을 넘어 한국의 외교·경제 영토를 크게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팀코리아가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한국을 널리 알린 덕분이다.실제 이재용 삼성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국내 대표 기업 총수들은 유치 활동 기간동안 3000명 이상의 유력 인사를 만나 부산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재계에 따르면 대기업 12개 그룹은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후 18개월간 175개국 3000여명의 정상·장관 등 고위급 인사를 만나 네트워킹을 강화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단체와 주요 대기업이 BIE 182개 회원국을 나눠 맡아 사업 연관성이 있는 국가를 찾아다녔다. 삼성 31개국·SK 24개국·현대차 20개국·LG 10개국 등을 각각 맡아 홍보 활동을 전담했다. 위원회가 유치 활동을 위해 18개월간 이동한 거리는 총 1989만1579km로, 지구 495바퀴에 달한다.이 과정에서 정재계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과의 협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태평양 도서국들과도 정식으로 수교를 맺는 등 글로벌 네트워킹을 크게 확장했다. 미중갈등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다.정부와 기업들은 유치전을 통해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으로 교역 확대와 공급망 다각화 등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2차전지 기업으로 꾸려진 경제사절단은 탄자니아 콩고민주공화국을 포함한 아프리카 국가와 니켈 흑연 같은 핵심 광물 관련 업무 협약을 여럿 체결했다. 이는 최근 중국의 수출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2차전지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핵심 광물 수입처를 넓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재계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전은 유치 성공 여부를 떠나 다양한 국가에 한국을 알리고, 우리의 외교 역량과 경제 지평을 넓히는 도전의 기록이었다”고 평가하며 “특히 한국 기업의 위상과 글로벌 역량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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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제계도 부산박람회 유치에 실패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번 도전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이날 투표 결과 발표 직후 대한상의는 논평을 통해 “국민들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전했다.그러면서 “각 나라들은 소비재부터 첨단기술, 미래 에너지 솔루션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과 파트너십을 희망했다”며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글로벌 인지도 강화, 코로나 기간 중 못했던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확보 등 부수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도 얻었다”고 평가했다.이어 한국경제인협회도 “전 국가적 노력과 염원에도 불구하고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가 좌절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비록 이번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준비 과정에서 정부는 물론 경제계, 국민 모두가 원팀이 되어 보여준 노력과 열정은 대한민국이 하나로 뭉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이어 “엑스포 유치 노력 과정에서 이뤄진 전 세계 다양한 국가들과의 교류는 한국 경제의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면서 “엑스포 유치를 위한 노력과 경험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리더를 넘어 글로벌 리딩국가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경영자총협회도 “비록 우리가 바랐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금번 유치활동은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많은 정상들과 만남을 통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큰 성과가 있었다”고 전했다.그러면서 “앞으로 경영계는 정부·기업·국민이 한마음으로 뭉쳐 유치활동에 전념한 값진 경험과 정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경제주체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