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골목 불법 증축한 해밀톤호텔 대표 1심서 벌금형

불법 구조물 증축으로 '이태원 참사' 피해를 키운 혐의로 기소된 이태원 해밀톤호탤 대표 이모씨가 1심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단독4부 정금영 판사는 29일 건축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 대해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호텔 운영 법인인 해밀톤관광과 임차 법인인 디스트릭트에 대해서도 각각 벌금 800만 원과 10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인근 B라운지바 대표 안모씨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 원, P주점 업주 박모씨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해밀톤호텔 뒤편에 위치한 B라운지바의 테라스를 무단 증축했다가 용산구청의 시정명령을 받고 이를 철거했다. 이들은 단속 직후 같은 자리에 무단 건축물을 다시 세운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또 실외기에서 나오는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철제 가벽을 세워 주변 도로 폭을 20cm가량 좁혔음에도 이를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해밀톤호텔은 2013년 호텔 야외 테라스 등에 불법 가벽을 설치한 뒤 거듭된 시정명령을 무시한 채 9년 간 5억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납부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구조물 불법 증축과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해밀톤호텔 본관 뒤편에 차단벽 형태의 건축물을 무단으로 증축하고 도로를 점령해 건축법과 도로법을 위반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담장 신고 의무를 위반한 점과 담장이 도로를 고의로 침범해 교통에 지장을 주었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와 안씨는 기존 건축물을 시정한 것으로 가장해 철거한 뒤 곧바로 같은 자리에 (건물을)무단 증축했다"며 "무단 증축으로 두 차례나 시정명령을 받고 과태료를 부과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씨는 건축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고 6m 이상이던 도로의 폭은 3.2m가량으로 줄어 들었다"며 "다수의 통행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담장이 고의로 도로를 침범하게 한 점과 2m 이상 담장의 신고를 누락한 점, 고의로 도로를 무단 점령하고 교통에 지장을 준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한편 이날 선고 공판에 참석한 이씨 등은 재판을 마친 뒤 "(이태원 참사)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뒤 법원을 빠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