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르면 3월부터 인하한은도 명분 생겨… 증권가 "2분기 유력"걸림돌은 2%대 물가 시점… 6개월 더 걸릴 수도
  •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금리인상 동결과 함께 내년 3차례 인하를 예고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후행' 속성상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가 점쳐지는 가운데 이르면 내년 1분기 후반이나 2분기 초반이 될 것이란 기대가 제기된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가 부담스럽고 목표로 삼았던 2%대 물가 도래도 내년 하반기로 예상돼 시기가 뒤로 밀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13일(현지시간) 종료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유지했다.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세 번째 연속 동결이다. 한국(3.50%)보다는 2.0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긴축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이나 그 근처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다.

    동시에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기준금리 예상 범위로 중앙값 4.6%(4.5~4.75%)를 제시했다. 현 기준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내년 3차례 금리 인하 구상을 밝힌 것이다.

    Fed가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면서 한은도 금리 인하 시점을 고민할 전망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그동안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 계속됐다.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 등 금융시장 불안 요소가 컸고 금리를 내리자니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물가 불확실성, 미국과의 금리 차 등이 발목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 내년 미국의 금리인하 시그널이 나올 경우 한은도 국내 물가 추이를 살펴 미국을 따라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빠르면 내년 1분기 후반이나 2분기 초반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때 쯤이면 미국이 금리를 이미 내렸거나 내릴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이 높고 한은도 국내 물가 상승률의 안정을 토대로 금리인하 명분을 거머쥘 것이라는 기대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빠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내년 1분기, 근원물가는 2분기에 2%대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적어도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내년 2분기 정도면 금리 인하를 위한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내년 2분기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상반기 급격한 경기 둔화가 없을 수 있어 7월쯤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통화정책 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현실적으로 긴축 기조가 6개월보다 더 될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