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입시 반영 이후 최소 11~14년 걸려 필수의료 현장서 근무의사 확충 시기에 오히려 '의료 붕괴' 부작용 기피과 문제 심화… '소송 공포'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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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지난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정원이 2025년 입시부터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 늘어난 의사가 활동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 그동안 필수의료 공백을 막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올초부터 의료계와 정부의 증원 규모를 두고 게센 마찰이 예상된다. 

    1일 의료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달 내 정부가 의대증원 규모를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총파업을 마지막 카드로 고강도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각종 대국민 설문조사 등에서 의대증원을 찬성하는 비율이 현격하게 높고 정부 역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의료계의 주장엔 힘이 실리지 않는 모양새다. 

    방향성은 2025년 대학입시부터 의사 배출을 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가 시행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의대증원에 따른 신규 의사는 언제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전문의 자격을 따는 데 11년이 걸린다. 최소 31세다. 남자의 경우는 공중보건의나 군의관 등 약 3년의 군복무가 추가돼 14년이 소요된다. 전제 조건은 단 한 번의 유급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2025년 입시부터 늘어난 의대생이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은 아직 먼 얘기다. 오히려 늘어나는 만큼 가치가 줄어든다는 공포감이 확산해 돈 안되는 필수의료에 사명감을 갖고 선택하는 의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일반의(GP)로 빠져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서 근무하는 경향이 확산하는 것은 물론 인기과와 기피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질될 여지가 있다. 잃어버린 필수의료 10년의 시기가 우려되는 이유다. 

    ◆ 의대증원 과정서 더 심화될 인기과-기피과 격차 

    이러한 현상은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선발결과로 증명된다. 전국 144개 병원이 전공의 3356명을 모집했는데 이 중 2792명이 최종 선발됐다. 필수의료 분야의 이른바 '비인기과' 확보율은 특히 낮았다.

    구체적으로 소아청소년과는 206명 모집에 54명만 선발해 확보율이 26.2%에 그쳤다. 심장혈관흉부외과의 경우도 63명 모집에 24명이 뽑혀 확보율이 38.1%에 불과했다. 

    응급의학과는 193명 중 148명만 뽑아 76.7%였고 산부인과는 183명 중 116명만 확보해 63.4%를 기록했다. 외과 역시 200명 모집에 161명만 뽑아 확보율이 80.5%였다.

    반면 인기과인 영상의학과,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는 정원 100%를 채웠고 마취통증의학과(99.1%), 신경과(96.4%), 신경외과(99.1%), 내과(95.3%)도 확보율이 높았다.

    ◆ 불투명한 '필수의료 살리기' 비판론 확산  

    결국 의대증원으로 이러한 부작용이 커지고 수도권-지역의료의 격차도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전향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아과 전공의 매달 100만원 지원과 일부 수가 인상 등 지원책으론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필수의료 살리기'를 믿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는 '의료의 미래를 바꾸는 제2차관-전공의 대화'라는 간담회를 열어 필수의료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참여한 전공의들만 100여명에 달했지만 불만 일색으로 마무리됐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첨병'으로 전공의를 거론하며 실질적 대책을 공유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뚜렷한 계획 없이 장밋빛 미래만 그리는 발언만 이어갔다는 지적이다. 

    당시 참여한 한 전공의는 "'지금이 필수의료를 구할 마지막 시기'라는 박민수 차관의 발언만 있었을 뿐 이미 보도된 기사 내용만 공유된 수준"이었다며 "임상역량을 갖춘 전문의를 중심으로 병원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의대증원과 맞물려 필수의료 붕괴가 맞닿아 있는 상황으로 보다 세부적 필수의료 살리기가 실행돼야 한다는 의료계 중론이다. 특히 필수의료 의사들이 '소송 공포'에서 벗어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선결과제로 꼽힌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사법부의 과도한 판결로 인해 응급의료를 비롯한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며 "불가항력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필수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면서 이송거부금지법, 면허취소법과 같은 법안들로 의료진에게 처벌을 강요하면서 의사를 늘려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다는 거짓말만 계속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