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SSD 가격 대폭 인상… 최대 50% 상승 가능성감산 이어 가격 조정 불가피… "BEP 달성, 최소 40% 인상 필요"D램, 작년 4Q '흑자' 불구 낸드 적자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 ▲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삼성전자
    ▲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업황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D램 대비 회복 속도가 더딘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선 현재보다 최소 40%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더해 단기간 내에 가격이 50% 높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주요 낸드 공급업체(삼성전자, 키옥시아, SK하이닉스, 마이크론)들이 올해 수익성 회복을 위해 가격을 단기적으로 5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통해 "낸드 주요 업체들은 수익성 목표를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며 "이들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가격이 다시 한번 40% 이상 인상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10월 말부터는 인기있는 PC용 SSD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제조사들은 이때부터 공급 가격을 일부 올리기 시작했고 1테라바이트(TB) 제품 기준 4분기 동안에만 20% 넘는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이후 낸드 감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줄여 가격 회복을 추진했다. 낸드시장 32.3%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삼성이 생산량을 줄이고 가격 상승을 본격 추진하면서 나머지 기업들도 가격 상승 대열에 서서히 동참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낸드 제조사들이 이처럼 급격한 가격 상승을 추진하는데는 그만큼 낸드사업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키옥시아와 같은 낸드사업만 하고 있는 곳은 재무적으로 타격이 심각한 상황으로 지금이라도 큰 폭으로 가격 상승을 추진하지 않으면 파산 위험까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D램과 낸드사업을 모두 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이 업황 회복을 기대보다 빨리 시작하면서 그나마 사정이 낫다. 하지만 낸드사업만 떼고 보면 오히려 경쟁사 대비 사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에서만 14조 원을, SK하이닉스는 8조 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낸드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낸드사업에서 10조 원 안팎의 적자를, SK하이닉스는 8조 원 수준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D램에서 회복한 실적을 낸드에서 잃는 구조였던 셈이다.

    이 같은 낸드시장 분위기가 적어도 올해까지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 상반기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낸드 제조사들이 특단의 조치를 실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불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강도높은 감산에 이어 일시적으로 급격한 가격 상승까지 불사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다행히 수요단에서도 PC나 스마트폰 등이 되살아날 기미를 나타내면서 기존 예상보다는 빠르게 낸드시장이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낸드시장 4위 마이크론도 지난달 있었던 실적발표에서 수요 회복세로 낸드 평균거래가격(ASP)이 높아지며 D램보다 빠르게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고 실적개선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고 전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