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반도체부문 14조원대 적자… '임원 연봉동결' 특단조치 생명‧화재, IFRS17 도입 후 실적 날개 대조성과급 눈치… '긴축 경영' 그룹 분위기 해칠 우려금융권 '성과급 잔치' 비판여론… 당국 "과도한 성과급 자제" 권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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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작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원 연봉을 동결키로 하면서 그 여파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로 미칠지 주목된다.

    반도체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와 달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효과로 실적이 크게 상승해 두 회사를 합쳐 4조 원 가까운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들 입장에선 성과에 걸맞은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룹 내 분위기가 좋지 않은 데다 은행 등 금융사들의 '성과급 파티'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한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긴급 임원 회의를 열어 반도체 부문 임원들의 올해 연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의 임금 동결 조치는 지난 2009년과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역대 최대 규모 적자가 발생하자 경영진이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연봉 동결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적자 규모는 작년 3분기 누적 12조 7000억 원 수준이며, 4분기도 2조 원 적자가 예상돼 연간 적자가 14조 원을 훌쩍 넘을 것이 유력하다.

    삼성전자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사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순항 중이다. 작년 초 IFRS17 도입 이후 실적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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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 추산 삼성화재의 작년 예상 순이익은 2조 원, 삼성생명은 1조 9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삼성화재는 2022년 연간 순이익 1조 1414억 원 거둬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1년 만에 순익 '2조 클럽' 가입이 유력할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면서 직원들은 두둑한 성과급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는 연봉의 44%, 삼성생명은 22%를 지급했는데 올해는 이익 규모가 더 커져 성과급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문제는 직원들의 기대와 달리 그룹 대내외적인 이슈로 인해 성과급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맏형'격인 삼성전자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 타 계열사가 '성과급 파티'를 벌이는 것 자체가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외부적으로는 금융사들에 대한 '돈잔치' 비판 여론이 여전하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은행권의 경우 이러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임금인상률을 작년 3.0%에서 올해 2.0%로 낮추고, 성과급도 월 기본급의 300% 수준에서 200%으로 줄였다.

    여기에 금융당국까지 가세하면서 압박 수위가 더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과도한 성과급 및 배당에 유의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실적의 경우 주로 현장영업을 통해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이자장사' 비판을 받는 은행권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성과급 규모가 줄어들게 되면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