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환경무한책임주의' 선언2009년부터 오프라인 공병회수 캠페인 시작, 올해부터 온라인으로 확대2030년까지 30%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 적용 목표
-
‘pick플’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획하는 유통인들을 문은혜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만나보는 코너입니다. 제품 하나, 서비스 하나에 녹아있는 유통인들의 피, 땀, 눈물을 담아봅니다.<편집자주>“모든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작은 변화가 언젠가는 큰 흐름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1990년대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왔다.”지난 2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만난 이명화 지속가능경영센터 부장은 최근 아모레가 전개 중인 공병 수거 캠페인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아모레퍼시픽이 올해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해 진행 중인 화장품 용기 수거 캠페인의 시초는 1990년대 시작된 ‘태평양 그린 운동’이다. 급격한 산업화로 기업들이 ‘환경’보다는 ‘발전’에 집중했던 시절, 아모레퍼시픽은 1993년에 품질·서비스·환경을 아우르는 ‘무한책임주의’를 선언하며 지속가능한 경영에 선제적으로 나섰다.아모레퍼시픽이 일찍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화장품 용기가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소비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가 사명인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서 책임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10년 전 우연한 기회로 지속가능경영 센터에 합류한 이 부장은 “화장품 용기와 같은 포장재 환경성을 개선하는 일은 기업이 혼자 할 수 없고 고객의 참여가 필요한 일이었다”며 “기업이 변해야 소비자가 변한다는 마음으로 90년대 후반부터 관련 캠페인을 차근차근 전개해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올해 온라인으로까지 확대된 용기 수거 캠페인은 실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수거 품목도 대폭 확대했다. 기존에 수거하던 플라스틱과 유리 재질의 화장품 용기뿐만 아니라 헤어, 바디, 핸드케어 등의 생활용품과 쿠션, 팩트 등 메이크업 일부, 향수까지 범위를 넓혔다.
-
수거한 용기는 아모레퍼시픽과 플라스틱 및 유리 재활용 업체의 1, 2차 분리 선별 과정을 거쳐 물리적 재활용이 진행된다. 물리적 재활용이 어려운 품목들은 열에너지 회수 방식으로 처리된다.2009년부터 이같은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지난 2022년까지 누적 2473톤의 공병을 수거했다.캠페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뿐만 아니라 또한 해외 기업들도 아모레퍼시픽의 이같은 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직접 찾아오고 있다. 화장품 용기도 깨끗하게 분리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거치며 재활용 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아모레가 증명했기 때문이다.이 부장은 “우리나라가 재활용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음에도 지자체별 시스템을 보면 화장품 용기 재활용 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라며 “이에 캠페인 관련 피드백을 살펴보다가 좋은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얻으면 친환경적인 제품 개발에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생산 중인 화장품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용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2030년까지 생산하는 제품의 30%에 재활용 플라스틱 적용한다는 목표다.
-
올해 아모레퍼시픽의 목표는 ‘레스 플라스틱 위아 판타스틱(LESS PLASTIC. WE ARE FANTASTIC!)’을 슬로건으로 건 캠페인에 더 많은 소비자들을 참여시키는 것이다.이 부장은 “전국적으로 플로깅, 유기견보호 같은 다양한 동호회분들께 캠페인 홍보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인지하고 참여하는 활동 전개 중”이라며 “아모레몰에서도 온라인 용기 수거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획전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부장은 “코로나19 이후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환경과 관련된 일들이 내 삶과 동떨어진게 아니라 삶의 질과 연결된다는 자각이 높아진 것 같다”며 “시장과 소비자 마인드가 변했고 이를 바라보는 브랜드들의 관점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특히 아모레퍼시픽 내에서도 다양한 사업부에서 ESG 강화를 위한 기획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장은 “10년 전만 해도 ESG가 주목받지 못하는 시대였지만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조바심내지 않았다”며 “최근 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을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이어 이 부장은 “한 사람의 변화는 미미하지만 두 사람이 세 사람이 되면서 기대 이상 효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더 큰 흐름의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