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일회용 칫솔 1개에 만원?"… 달라진 어메니티 정책에 뿔난 소비자

# 30대 직장인 홍모 씨는 설 연휴를 맞아 서울 시내 5성급 호텔에 투숙했다. 체크인 후 일부 세안도구를 미처 챙겨오지 못한 것을 확인한 홍 씨는 객실 화장실 어메니티를 확인하다 화들짝 놀랐다. 종이 포장지에 담긴 일회용 칫솔세트 가격이 무려 7000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호텔을 투숙했을 때 가격은 3000원에 불과했다.

자원재활용법 개정으로 오는 3월부터 호텔 내 소용량 어메니티를 비롯한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전면 시행되는 가운데, 호텔업계 어메니티 정책과 관련한 이용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다수 호텔에서 무상 제공하거나 저가에 판매해온 칫솔, 면도기 등 일회용품 가격을 수 배 비싸게 책정해 판매하면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앰배서더 서울 풀만의 일회용 칫솔·치약 세트 가격은 지난해 3000원에서 올해 7000원으로 인상됐다. 일회용 면도기 세트는 1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올랐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기존까지 일회용 칫솔·치약 세트를 무상으로 제공해오다 지난해 12월1일부로 칫솔 4000원, 치약 4000원으로 유상 전환했다.

제주 소재 호텔들은 환경 문제가 대두된 수 년 전부터 일회용 어메니티 유상 판매에 나서고 있다. 제주신라호텔의 칫솔·치약 세트는 1만원, 제주롯데호텔 칫솔·치약세트는 5500원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ESG관점에서 일회용품 최소화를 위해 칫솔 등 일회용 어메니티를 제공하지 않거나 유상으로 전환하는 호텔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숙객들은 호텔 관련 커뮤니티, 블로그 등을 통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 자제 취지는 공감하나, 불가피하게 이용해야 하는 투숙객들에게 비용 부담을 높이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평소 호텔에 자주 묵는다는 직장인 이모 씨는 "1박에 60만원 가까이 지불하고 투숙한 호텔에서 또다시 1만원 수준의 비용을 지불해 어메니티를 이용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일회용품을 항시 비치해놓지는 않아도, 고객이 요청할 때는 무상으로 제공해주어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가격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일고 있다.

서울신라호텔, 조선팰리스 등에서는 아직까지 칫솔·치약 세트 등 일부 일회용 어메니티를 무상 제공 중이다. 여의도 글래드호텔, 기장 힐튼 등 호텔에서는 칫솔·치약 세트를 2500원에 판매한다.

서울드래곤시티는 모든 객실에 무상으로 비치했던 치약·칫솔세트를 원하는 투숙객에게만 유상으로 제공하는데, 사용을 원하는 투숙객이 최소 1000원부터 원하는 금액을 기부하면 되는 형태다.

한편 대용량 샴푸·바디워시 등 다회용 어메니티의 위생 문제 등도 도마에 올랐다.

출장이나 여행으로 비즈니스 호텔 등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모 씨는 "샴푸나 바디샤워 등 용기를 재활용할 경우 녹농균 등 병원성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특히 아이들과 함께 호텔에 투숙할 경우 따로 휴대용 어메니티를 챙겨다니고 있어 불편함이 크다"고 토로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어메니티 정책이 변화하며 투숙객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이 당연히 생길 수 있다고 본다"며 "환경을 위한 시도인 만큼 첫 변화에 많은 이들의 공감과 이해가 필요한 시기이며, 호텔들도 친환경 웰컴기프트 제공 등 투숙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