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암 수술 취소 통보도… 환자·보호자 '분통'박민수 보건부 차관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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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전공의의 집단 진료중단 행위에 의료대란이 현실화되면서 진료와 수술 등을 앞둔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이날 낮 12시30분경부터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형병원에서 응급 및 당직 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전공의 수는 전국적으로 1만3000명에 이른다. 이들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게 되면 그 공백을 메우기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각 병원에서는 수술 일정을 조율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술이 뒤로 밀리거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의 사례가 나오면서 환자와 보호자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암 환우 카페에는 “직장암 3기로 지난해 수술하고 항암 끝난 지 2달 후 간에 전이돼서 20일 입원, 21일 수술 예정이었는데 오늘(20일) 오전 수술 취소 통보를 받았다. 시기를 놓쳐서 간 이식으로 넘어갈까봐 너무 두렵고 무섭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 외에도 ‘이번 주 입원 예정인데 연락이 없다’ ‘어제 아침에 왔는데 파업 여파로 대기가 길어 오늘 아침에야 응급실 베드자리가 났다’ ‘2월29일 항암 예정인데 3월13일로 연기됐다’ 등 불안감을 느끼고 초조해하는 글들이 많았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의사들의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A씨는 “의사는 어떤 직업보다 윤리의식이 필요한 직업이다. 환자를 볼모로 이러는 것은 옳지 않다. 당장 내가, 내 가족이 수술이 취소돼 밀린다고 생각해 보라. 의사들을 이해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환자도 집단으로 고소·고발해야 한다’ ‘2020년 의료파업 때도 X 같았는데 또 이러네’ ‘기득권과 돈의 노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진료 거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 1만3000명 중 약 95%가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지난 19일 저녁 11시 기준 이들 병원 소속 전공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 중 25%인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여러분이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할 때다”며 “의대 정원이 증원되더라도 앞으로 늘어날 의료 수요를 생각하면 여러분이 할 일이 너무나 많다”고 병원 복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