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전년比 10.5% 증가한 주당 600원 결정상향선 50% 못 미쳐…이익잉여금은 7兆 돌파쌓아둔 이익으로 고액배당, M&A 등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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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가 배당을 소폭 증액하기로 한 것을 두고 시장 안팎에서 다소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회사의 배당확대는 정의선 그룹 회장의 승계자금 마련 및 주주가치 제고란 두 토끼를 잡는단 점에서 큰 명분을 갖고 있음에도 증액 폭이 예상보다 작았기 때문이다.이에 일각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배당 증액 최소화가 추후 거대 인수합병(M&A) 등을 염두에 두고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보통주 1주당 6300원, 총 2364억원의 결산배당을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주당 5700원보다 10.5%(600원) 증가한 규모다. 이에 현대글로비스 지분 20%를 보유한 정 회장은 작년 428억원에 이어 올해 473억원을 배당금으로 받는다.현대글로비스의 이번 배당 증액안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규모다. 회사는 지난해 실적과 무관하게 향후 3년간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최소 5%에서 최대 50%까지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2년 기말 배당금을 전년보다 50% 증가한 5700원으로 책정했다.업계에서는 올해도 현대글로비스가 최대 인상폭을 적용한 배당안을 발표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배당액은 주당 8550원으로 오르며, 정 회장은 641억원을 수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배당 규모는 전년 대비 10.5% 증가에 그치며 정 회장 몫도 당초 예상보다 170억원 가량 줄게 됐다.현대글로비스는 배당확대를 포함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에 그친 모습이다.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활동이 전무한 것. 기업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식수를 줄이고 주당 가치를 증가시켜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으로 꼽힌다.회사의 배당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7조5130억원으로 1년 새 8337억원 증가했다. 이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2020년 4조원대에서 꾸준히 증가해 역대급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축적된 이익을 배당금으로 배분하지 않고 보유한 금액을 말한다.이규복 대표의 ‘묘한’ 배당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주요 계열사 중 정 회장이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계열사로, 앞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정 회장의 승계자금 지원을 위해서라도 고배당 기조는 필수요소로 지목된다.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의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현대차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고,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정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거나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다가 현대모비스 주주와 외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정 회장이 정공법을 택할 경우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때 현대글로비스가 ‘캐셔’ 역할을 할 전망이다. 가장 확실한 지원책인 배당확대에 이규복 대표가 소극적 태도를 취한 만큼 향후 이익잉여금 활용방안이 관전포인트로 지목된다.현대글로비스가 쌓아둔 잉여금을 기반으로 언젠가는 ‘폭탄 배당’에 나서거나, HMM 등 기업 M&A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거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는 시나리오 모두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제고가 정 회장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한편 이규복 대표는 최근 자사주 1000주를 주당 18만4189원에 매입했다. 이로써 지난해 3월 9일 기준 2000주였던 이 대표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주식은 3000주로 늘게 됐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1000주, 같은 해 3월 1000주를 각각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