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손익 4Q 적자전환…연간 순이익, 전년比 37% '뚝'수익성 저하로 K-ICS도 악화…5대 손보사 중 '최하위''4인뱅' 요건 중 자본금 '핵심'…컨소시엄 유일 금융사로 책임 막중'오너 2세' 정경선 CSO, 경영 데뷔전…전략-퍼포먼스에 업계 관심
  • ▲ 현대해상. 사진=정상윤 기자
    ▲ 현대해상. 사진=정상윤 기자
    현대해상이 보험손익의 4분기 적자전환으로 '연간 순이익 1조 클럽'에서 빠졌다. 게다가 수익성 저하 여파로 건전성까지 나빠졌다. 

    '제4 전문인터넷은행'에 도전하고 있는 현대해상 입장에서 불리한 요인이 등장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인가요건으로 건전성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해상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린 기업들에도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잠정실적 보고서를 보면 현대해상의 지난해 순이익은 8057억원으로, 전년동기(1조2813억원)에 비해 37.1% 줄었다. 5대 대형 손해보험사 가운데 지난해 순이익이 감소한 곳은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뿐이다. 

    게다가 2022년에는 1조원을 넘겼지만, 지난해 순이익 규모가 역성장하면서 '1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이는 4분기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4분기 순이익은 194억원으로, 전분기 2894억원에 비해 93.2%, 전년동기 4264억원 대비로는 95.4% 급감했다. 보험손익의 적자전환이 뼈아팠다.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7544억원을 기록했지만 4분기 들어 마이너스 2270억원을 기록하면서 연간 보험손익 규모를 깎아먹었다.

    4분기 보험손익 급감은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손익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장기보험의 경우 전년대비 77.2% 급감한 2488억원을 기록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독감 및 호흡기질환 증가에 따른 실손보험금 손해액 상승으로 예실차 관련 손실 2600억원이 반영됐다"며 "실손의료보험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라 4800억원의 손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보험 손익(764억원)은 전년대비 18.3% 줄어들면서 3분기에 이어 20% 가까운 감소세를 기록했다. 대형화재 사고를 비롯해 고액사고 증가에 따른 재보험 상승이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부진한 영업성적으로 건전성까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현대해상의 지난해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173%로, 대형 5대 손보사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271%), 메리츠화재(240%), DB손해보험(231%), KB손해보험(216%) 모두 200%지만 현대해상은 유일하게 100%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5개사 평균 K-ICS는 198%에서 226%로 28.2%p 개선된 반면 현대해상은 174%에서 173%로 1.40%p 악화했다.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 중 하나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당장 타사보다 자본비율이 낮고 경제적 가정 변경 부담이 크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라며 "향후 금리 하락을 고려하면 자본비율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유뱅크. ⓒ유뱅크
    ▲ 유뱅크. ⓒ유뱅크
    ◇제4인터넷은행, 자본 요건 강화…컨소시엄 유일 금융사 

    수익성 저하와 그에 따른 건전성 악화는 현대해상이 추진 중인 인터넷은행 설립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해상은 국내 1호 개인신용 중금리 대출 핀테크 스타트업 '렌딧'을 필두로 △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 △외환 송금과 결제 스타트업 '트래블웰렛' △AI 헬스케어 서비스 '루닛' 등과 '유뱅크(U-Bank) 컨소시엄'을 꾸려 인터넷은행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관건은 자본금 요건 달성이다. 은행업에 있어 필수인 자본력은 인가 승인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심사항목이다. 금융당국은 자본금 항목을 사업계획과 함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보고 있다.

    인가뿐만 아니라 향후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위해서라도 충분한 자금력 확보는 필수다.

    이자수익이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업 특성상 출범 초기에는 자본잠식이 불가피하다. 이때 자본여력이 부족한 은행은 영업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서라도 중장기적으로 1조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방침에 중저신용대출 확대가 의무 등 '포용금융'이 강조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전성 확보는 더 큰 과제가 됐다.

    인터넷은행 3사의 연체율은 중저신용대출 규모가 늘어나면서 일제히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연체율은 3.92%로, 전년 말 2.81%에 비해 1.11%p 악화했다. 토스뱅크는 1%p 오른 2.56%를 기록했으며 카카오뱅크는 1.23%에서 1.76%로 0.53%p 올랐다.

    더군다나 현대해상이 컨소시엄에서 단순 재무적투자자(FI) 이상의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건전성 회복은 필수적이다. 특히 컨소시엄 참여사 대부분이 핀테크업체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사업적·재무적 안정성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은행 3사의 사례를 볼 때 규모의 경제에서 현저히 밀리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제4인터넷은행 설립에는 자본력과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며 "유뱅크 컨소시엄의 경우 현대해상이 보험사로서는 유일하게 참여한 만큼 재무적 안정성을 높여 강점을 극대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너 2세' 정경선, 10년 묵은 숙원사업 도전… 능력 시험무대 

    현대해상의 인터넷은행 진출 도전은 2015년, 2019년에 이어 세 번째다.

    거듭되는 불발에도 현대해상이 지속해서 도전하는 것은 회사의 지속가능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보험업계는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현대해상은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보다 판매 채널이 제한적이다. 이를 인터넷은행 설립으로 해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2월 현대해상에 합류한 정경선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가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번 도전은 앞선 도전보다 더 중요하다. 정 CSO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으로, 업계에서는 그의 경영수업 일환이자 역량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10년 이상 도전해온 숙원사업을 오너 경영자로서 데뷔전으로 삼는 모양새"라며 "인터넷은행 진출을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핵심으로 여기고 있는 만큼 성공 열망이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정 CSO가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준비할 전략과 어떤 활약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