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용, 국민銀 2053명 '적극' vs 하나銀 447명 '신중 모드'퇴직→계약직→복귀 … 희퇴 제도화 속 '순환형 인사' 확산"고경력 인력 활용" 명분 속 청년 채용 기회 불균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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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에서 퇴직한 임직원을 다시 채용하는 'N번 퇴직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 희망퇴직에서 나아가 일정 기간 후 계약직·기간제·자문역 등으로 복귀하는 경로가 제도화되며 ‘한 번 퇴사로는 끝나지 않는’ 인사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구조가 ‘경험 활용’이라는 명분 아래 제도화되고 있어 청년 채용 여력을 줄이는 구조적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5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은행이 최근 약 5년간(2020년~2025년 현재) 재채용한 퇴직자는 총 5866명에 달했다.

    ◇국민·신한 ‘적극 복귀’,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소극적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재채용 규모가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2053명이 희망퇴직 후 재고용했다. 연평균 400명 이상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간 셈이다.

    신한은행 역시 같은 기간 1461명을 재채용하며 매년 300명 안팎의 복귀자를 꾸준히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은행도 821명(2020년~2025년 현재), 농협은행은 기간제 중심으로 1084명(2020년~2024년) 재고용을 이어오고 있다.

    반면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단 447명(2021년~2025년 4월)만 재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 중 가장 적은 규모다.  하나은행은 정년 또는 희망퇴직 이후 재입사 경로가 제한적이며, 자문직이나 순회감사직 운영도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다.

    은행권에서 희망퇴직 후 일정 기간을 두고 기간제나 자문역으로 복귀하는 구조는 이제 일상적인 인사 경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농협은행은 ‘은행 경력 10년 이상’이라는 자격 요건을 명시해, 퇴직자 중심의 내부 재고용을 정례화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명분 아래 퇴직급여 부담은 줄이고 실무 경험은 유지하는 이중 전략”이라며 “결국 청년 신규 채용 여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채용 구조는 청년층뿐 아니라 워킹맘·워킹대디 등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제도에도 적용되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육아퇴직’ 제도를 도입, 자녀 양육을 이유로 퇴사한 직원에게 2~3년 후 원직급 복귀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출산·육아휴직과 육아퇴직을 합치면 최대 5년간 경력 단절 없이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다.

    ◇“경험 살리자” vs “청년 일자리 줄어든다” 시각 엇갈려

    퇴직자의 복귀가 잇따르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경험을 살리는 효율적 인력 운용’이라는 긍정론과 ‘청년 고용을 줄이는 구조’라는 비판론이 엇갈리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고경력 인력을 낮은 임금으로 채용할 수 있어 효율적일 수 있다”면서도 “청년과 고령 인력이 수행하는 업무가 달라 직접 충돌은 적지만, 결국 기회 구조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는 고객 응대·신사업 개발 등 적극적 역할, 퇴직 인력은 심사·후선 업무에 집중되긴 하지만, 은행의 일자리 총량이 정해진 상황에서 대체 효과는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경험 많은 인재의 재활용이라는 점에서는 효율성 논리가 있겠지만, 청년층의 일자리 기회가 줄어드는 구조로 고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채용 제도가 특정 연령대나 내부 인맥에 편중되지 않도록, 은행권 스스로 책임 있는 인력 운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