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가 쏘아올린 공 … 5월 보험업 달군 '손해율' 논란"보수적 가정" vs "회사별 상품 구조 달라" … 논쟁 가열당국에 가이드라인 요구? … 업계 "의도 뭐였나" 눈총 여전금융당국 "상호비방 변질 안 돼" … 사실상 중재 나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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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츠화재
보험업계가 이달 장기보험 손해율을 둘러싼 논쟁으로 들썩이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일부 보험사의 손해율 가정을 '고무줄 회계'라고 지적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있다.삼성생명 측이 반론을 제기하고 금융당국이 의견을 내놓는 과정에서 논쟁이 확산됐지만, 관련한 갑론을박은 이달 말일이 다가올수록 대선 국면에 묻혀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했다.하지만 전날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상호비방 자제'를 요구하면서 논란은 다시 주목받고 있는 모습이다.◇"우리는 타사比 보수적" … 메리츠가 쏘아올린 '손해율 가정' 논쟁29일 보험업계에선 최근 업계를 뜨겁게 달군 메리츠금융발(發) 장기손해율 갈등과 이에 대한 뒷말로 술렁였다. 이 수석부원장이 전날 'IFRS17(새 회계제도) 제도개선 관련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보험업계의 '상호비방 변질'을 언급하면서다.이 수석부원장은 간담회에서 "과도한 상호비방으로 변질돼 재무정보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소비자 혼란만 증폭되지 않도록 시장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최근 보험업계에서 불거진 장기보험 손해율에 관한 낙관적·보수적 가정의 논쟁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을 재점화한 셈이 됐다.이달 중순 즈음부터 보험업계에선 김 부회장이 손해율에 관한 가정을 언급하면서 느닷없는 공개 저격전이 벌어졌다.김 부회장은 지난 14일 1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메리츠화재의 작년 말 예상 손해율과 실적 손해율의 차이는 14%포인트다. 타사에 비해 매우 보수적"이라며 각 보험사들의 장기 손해율 가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일부 보험사들이 장기 손해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하는 방식으로 실적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해석됐다.김 부회장의 돌발 발언에 업계에선 내부총질을 한 것이라는 볼멘소리부터 업계 2위 자리를 다투는 경쟁사 저격이라는 소문까지 터져나왔다.하루 뒤인 지난 15일 금감원의 보험사 지급여력제도(K-ICS·킥스)비율 브리핑에서 나온 이 수석부원장의 발언은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이 수석부원장은 "일부 보험사가 단기 성과를 위해 장기 안정성 훼손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와 논의를 통해 필요한 보완조치가 준비하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메리츠화재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도 내비쳐 업계의 반발은 더 커졌다. -
- ▲ ⓒ삼성화재
◇"상품 구조 등 따라 형태 다른데" … 삼성생명 반론 나와보험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은 결이 다른 주장을 펼쳤다.변인철 삼성생명 계리팀장(상무)은 지난 16일 IR(기업설명회)에서 메리츠화재 주장에 관한 질문을 받고 "회사 상품 포트폴리오나 보유 계약 구조 등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예실차가 0에 가깝게 최선 추정해서 부채(미래 지급 보험금 등)를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IFRS17 제도 아래선 현실에 가까운 전망이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낙관적 가정과 이익 부풀리기를 지적한 김 부회장과는 시각차를 보였다.김 부회장이 문제제기한 장기보험 손해율에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일괄 적용될 시 예상되는 실적 타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무·저해지보험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해지율을 0%에 가깝게 산정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장기보험은 이 같은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보험사별 자율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장기보험 손해율을 낙관적으로 하면 CSM(보험계약마진)이 과대계상되고 CSM 상각이익 증가와 예실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보수적 가정을 적용하면 CSM이 과소계상되고 CSM 상각이익 감소와 예실차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하지만 메리츠화재가 '회계 구멍'을 명분으로 장기보험까지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요구하는 듯한 여지를 남기면서 업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특히 손해보험사들은 이미 자동차보험 손해율,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조정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으며 1분기 실적 악화에 맞닥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보험까지 규제가 확대되면 실적 타격이 더 커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손보업계 맏형 격인 삼성화재조차도 올 1분기 신계약 수익성 지표인 CSM(7020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1840억원 감소한 상황이다. -
- ▲ 금융감독원.ⓒ뉴데일리DB
◇가열된 논쟁에 당국, 사실상 중재 나섰지만 … 업계 '눈총' 여전업계 관계자는 "'회계 투명성'이라는 좋은 의도로 문제를 제기했다 해도 메리츠화재에 대한 시선은 곱지 못하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당국의 예실차 기준은 ±5% 이내고, 현실을 기반으로 정확하게 인식하자는 게 새 회계제도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익을 뒤로 미루는 효과를 가져오는 보수적 가정은 도리어 제도에 반하는 게 돼서 메리츠화재의 문제제기는 업계에 많은 물음표를 남긴다"고 말했다.이 수석부원장의 '상호비방 자제' 요청도 업계에선 "사실상 중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업계가 여전히 날선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 메리츠화재는 원론적인 입장은 견지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메리츠는 공시된 자료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객관적 관점에서 공개한 것이고, 공개 목적은 모럴해저드와 출혈경쟁을 막아 손보업계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