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성장률 0.8%로 대폭 하향, 물가 1.9% 안정일자리 늘지만 질은 악화 … "공공부문 중심 고용 증가"美 관세 직격탄 … 車·철강 수출 충격, 반도체는 '버팀목'
  • ▲ ⓒ챗GPT
    ▲ ⓒ챗GPT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며 경기 방어에 나섰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됐고, 기준금리는 2.75%에서 2.50%로 내려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역성장 가능성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높다”며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대응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5월 경제전망’과 ‘미국 관세정책의 품목별 수출 영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 건설 투자 부진, 수출 감소라는 3중고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가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에 타격을 주고 있어 하반기 경기 회복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 3개월내 추가 인하 … “속도 조절은 신중히”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폭은 2월 당시 금통위가 예상했던 경로보다 완화적으로 바뀌었고, 향후 인하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추가 인하 여지를 시사했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열린 입장을 보였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는 다만 “추가 인하 횟수나 시기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주택과 자산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당시의 정책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금리 인하의 배경에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이 총재는 “현재 한국 경제가 역성장을 겪을 확률은 약 14%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5%를 웃돈다”며 “통화정책의 주된 목표를 경기 부양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내수·수출 동반 부진 … 1분기 역성장, 2분기도 0.5% 그칠 듯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0.2%로 역성장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투자는 전년 대비 -6.1%로 급감할 전망이며, 수출 증가율도 -0.1%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 회복이 더디고, 건설 현장 사고·산불 등 외부 요인도 경기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추경과 금리 인하 등 정책 효과가 하반기에 일부 나타날 수 있지만, 미·중 통상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본격적 회복은 제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 ⓒ한은
    ▲ ⓒ한은
    물가 상승 압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2월 전망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가공식품과 서비스 가격은 올랐지만, 국제유가 하락과 낮은 내수 수요가 이를 상쇄한 결과다. 하반기에는 유가 하락 영향이 본격화되며 물가도 점차 1%대 후반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은 줄었지만 수입은 그보다 더 많이 줄어든 영향으로 경상수지는 82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월 전망치(750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수입 감소는 유가 하락과 내수 둔화에 따른 것이다. 본원소득수지 역시 해외 배당 수익 증가로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흑자 확대는 국내 수요 위축에 기인한 ‘불균형적 회복’의 결과로, 장기적 측면에서는 경기 둔화의 경고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고용 지표는 겉으로는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취업자 수는 12만명 증가할 전망으로, 2월 예상치(10만명)를 웃돌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공공행정·보건복지 등 공공부문 저임금·단시간 일자리 중심이라는 점에서 고용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간 부문 고용은 건설·제조업 부진으로 위축된 상태다.

    ◇자동차·철강 수출 직격탄 … 반도체는 아직 ‘버팀목’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한국 주요 수출 품목에 본격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자동차, 철강 등 전통 제조업 수출 품목은 단기적인 물량 감소는 물론, 미국 현지생산 확대에 따른 중장기 구조 변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반면 반도체는 미국 내 생산기반이 취약한 탓에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은이 분석한 미국 관세정책 시나리오에 따르면 관세 확대 시 한국의 GDP 재화수출은 최대 0.8%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자동차(47% 대미 수출 비중)와 철강(25% 관세 적용)이 직접적 타격을 받는 품목으로 꼽혔다. 4월 기준 자동차·부품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5.1% 감소했다.
  • ▲ ⓒ한은
    ▲ ⓒ한은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도 25% 관세 적용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는 재고 출하와 기존 계약 물량 덕에 수출 감소가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하반기부터는 가격경쟁력 저하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은 미국 현지 전기로 제철소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로 국내 철강 생태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이 빠르게 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수출 축소와 고용 충격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미국 내 생산기반이 약하고, 국내 기업들의 현지 투자가 주로 파운드리·R&D에 집중돼 있어 단기 관세 충격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 핵심 기술 부문에서는 점유율이 낮아, 장기적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생산기지 유지와 고용 보호를 위해 이공계 인재 유입과 기술 경쟁력 강화 등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