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그룹株 내 유일 쾌속질주 '눈길'클로즈드 루프시스템 V2 수혜 가능성에 시장 관심 UP도가니·도펀트·전해액 첨가제 생산 신사업 주목도 커져바이든 정부 탈탄소 방침에 탄소배출권 판매사업도 부각
  • '아픈손가락' 에코프로에이치엔이 달라졌습니다.

    2차전지 업황 둔화 우려 속에 에코프로그룹주 전반이 지난해 고점을 찍은 뒤 반토막 난 상태인데요. 그러나 에코프로에이치엔만큼은 다른 모습입니다. 

    사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지난 한 해 에코프로그룹주의 고공행진 속에서 그룹주 안에서도 비교적 소외주에 꼽혔습니다. 에코프로가 519%, 에코프로비엠이 207%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에코프로에이치엔은 48% 상승하는 데 그쳤으니까요.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주가는 이달 들어 뚜렷하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3월 4일부터 22일까지 에코프로머티가 22% 급락하고,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불과 3.9%, 1.6% 오른 동안 에코프로에이치엔은 39.9% 급등했습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주가의 강세만큼이나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데요. 올라가는 주식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큰 틀에서 보자면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CLS) V2'의 밸류체인의 수혜 가능성 때문입니다. 

    CLS는 폐배터리 재활용부터 원료, 전구체, 양극재에 이르는 배터리 양극소재 생산 과정을 하나의 단지에서 구현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입니다. 에코프로는 포항캠퍼스 12만평 부지에 2조원을 투입해 이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달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었죠.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에코프로로부터 환경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서 만들어진 회사로, 대기 오염을 방지하고 사후 처리까지 책임지는 독보적인 친환경 기업 중 하나입니다. 

    그룹 내 친환경 사업을 담당했던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지난해 8월 신사업으로 에코프로 그룹사들과 벨류체인 확대를 위해 리튬염을 활용한 전해액 첨가제 생산과 도가니(sagger), 도펀트(dopant) 등을 생산한다고 밝혔는데요. 

    그간 부각되지 않았던 신사업이 다시 주목 받으면서 2차전지 소재주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볼게요. 내화갑이라고도 불리는 도가니는 2차전지 소재 공정 중 양극재가 담기는 용기로, 일종의 소모품입니다. 특히 도가니는 단가가 비싸 매출원가를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도가니를 직접 생산해 에코프로비엠 등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부가 매출을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소재와 공정 효율을 끌어올려 현재 제품 대비 사용 횟수를 50~100%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것이죠.

    도펀트는 양극재 첨가물로 2차전지 내에서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끌어올는 물질입니다. 현재 일본 등 해외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도펀트의 생산을 내재화해 외국산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그룹사 생산효율을 올리고, 국산화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복안을 제시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해액 첨가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튬이온전지의 전해질은 액체 용매의 전해액으로, 전해질염(40%), 첨가제(30%), 유기용매(30%)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첨가제는 전체 전해액 내에서 볼륨이 크지는 않지만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고마진 제품입니다. 표면보호층 보호막을 형성하고, 에너지 밀도 및 안전성, 배터리 수명향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죠.

    리튬이온전지의 전해액 첨가제로는 주로 LiPF6(육불화인산리튬)이 쓰이지만 고성능과 긴 수명이 요구되는 전기차엔 LiPF6에 LiFSI(F 전해질), LiPO2F2(P 전해질), LiDFOP(D 전해질), LiBOB(B 전해질)등을 소량 추가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미쓰비시화학 등이 물질특허를 장악하고, 상용공급은 중국업체가 주도하는 양상입니다.

    이 때문에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전해액 첨가제 양산에 돌입하면 회사의 체질은 물론 국내 첨가제 공급망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기업을 외국우려기업(FEOC)으로 지정하고 있는 가운데 국산 혹은 일본 업체들이 해당 생산능력(CAPA)를 가져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력 높은 국내 전해액 업체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이죠.

    에코프로에이치엔은 15~1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첨가제 사업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훨씬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그룹 내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도가니와 도펀트, 전해액 첨가제 신사업 제품을 올해 4분기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동안 부각되지 않던 신사업의 올해 4분기 생산 개시 일정이 다가오며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 V2를 통해 그룹사 시너지 및 미국 IRA 수혜 및 FEOC 반사이익 등을 통해 매출 확보 및 가격 경쟁력 강화가 예상됩니다.

    여기에 마지막 연결 고리가 에코프로에이치엔의 탄소배출권 판매사업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전기자동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자국 자동차와 경량 트럭에 강력한 배출 제한정책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미 환경보호청은 새로 제안될 의무사항을 충족하려면 자동차와 경량 트럭 판매의 3분의 2가량을 전기차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탄소배출권 판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에코프로에이치엔으로선 바이든 대통령의 역대급 배출가스 제한 추진 역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클린룸 필터와 산업현장의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 등으로 지난해에만 228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기존 사업도 순항 중입니다.

    '형님' 에코프로가 잠잠한 가운데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질주,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