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글로벌 빅테크 대상 디지털 시장법(DMA), 디지털 서비스법(DSA) 시행일본,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안(TFDPA) 발효한국, 공정위 주관 플랫폼법 도입 검토 중… 멀티호밍 금지 등 4대 금지 의무 규정전문가들 성급한 플랫폼법 우려… "업계 혁신과 시장효율성을 저해하지 않아야"
-
세계 각국이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 한창이다. 유럽을 시작으로 일본까지 글로벌 빅테크의 시장지배력을 막기 위한 플랫폼 규제법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다만 각국별 규제 법안이 사전규제 혹은 자율규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 법안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가 어떤 방식을 채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유럽연합(EU)은 2022년 3월 '디지털 시장법(DMA)'과 같은해 4월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제정했다. DMA는 시장 영향력이 큰 기업을 '케이트키퍼(문지기)'로 지정해 사전규제하는 내용이다. DSA는 가짜·혐오 정보와 음란물 등 문제 있는 콘텐츠를 규제하는 법안이다. 법 위반시 DMA는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를, DSA는 전세계 매출의 최대 6%를 벌금으로 내야 된다.DSA는 지난해 11월 전면 발표됐으며 DMA는 지난달 7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알파벳·애플·메타 등 3개 기업에 대해 DMA 위반 여부로 조사에 착수했다. 엑스와 틱톡에 대해서는 DSA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앞서 EU는 지난달 4일 애플의 앱 다운로드와 인앱 결제 방식을 반독점 위반 혐의로 규정하고 18억 유로(약 2조 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을 사전에 규제하는 '초강력 규제'로 꼽힌다.일본은 2020년 5월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안(TFDPA)'을 통과, 2021년 2월부터 시행 중이다. 해당 법은 특정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게 정보 공개 투명성 및 공정성 평가를 위한 자료 제출 등을 의무화하는 것을 내용에 담고 있다. TFDPA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제공조건 등의 개시 ▲상호이해 촉진 도모를 위해 필요한 조치의 실시 ▲모니터링 리뷰 등의 자율규제 방식을 채택했다.일본 디지털시장 경쟁본부는 지난해 6월 모바일 생태계 경쟁 평가 보고서를 통해 타겟형 사전규제 성격의 법률안 제정도 예고했다. 이는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의 경쟁 제한성, 인앱결제 등 모바일 생태계 등을 고려한 사전규제의 성격을 담고 있다. 다만, 해당 대상을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한정했으며, 총리 산하에 직속 기수를 신설했다는 점에서 EU의 규제 방식과 다르다.우리나라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해당 법안은 자사 상품·서비스 우대나 끼워팔기 혹은 멀티호밍 금지(자사 플랫폼 이용자에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의 4대 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하는 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정하고, 이들을 감시해 독점력 남용을 막겠다는 구상이다.이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하지만, 규제 대상과 제재 수위, 의무 부과 내용 등 세부적인 사항에서는 차이가 있다. 당초 공정위는 2월 설 연휴 전에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업계의 반발로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생태계 저해와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전문가들은 성급한 플랫폼법 입법이 오히려 국내 기업들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입법 과정에 해외 사례는 참고가 될 수 있지만, 국내 플랫폼 사업자만 규제하는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것. 해외 사업자의 연매출액 산정 문제, 생태계 전반의 성장 위축 가능성, 플랫폼 사업자의 활동 제약 우려 등을 전반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국회입법조사처의 현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법 제정이 시급하지 않으며, 오히려 '낙인 효과'라는 부작용을 야기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제고와 진정한 의미의 경쟁 촉진을 위하여 규제될 필요가 있다는 것.보고서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규제 방식을 유지하면서 혁신과 시장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은 영역 없는 싸움으로 여러 현행법들이 있다"며 "규제는 속도와 함께 실제 집행으로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