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8만원' 돌파 후 다시 7만원대로美 엔비디아·AMD 등 반도체株 약세 영향"반도체 업황 견조에 주가 상승 여력 충분"
  • '10만전자'를 바라보던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7만 원대로 떨어졌다. 미 금리 인하 시기 지연과 중동 리스크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외국인의 매도 행렬이 이어진 탓이다. 지난달  8만 6000원까지 주가가 상승하며 환호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다시 8만 원 터치에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 미만 하락한 7만8500원 선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빠르게 상승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8만 원 목전까지는 더딘 상황이다. 앞서 삼성전자 주가는 이틀 연속 7만 원대에 그쳤다.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8만800원을 기록하며 '8만 전자'에 올랐던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6% 이상 주가가 빠진 상태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견인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 거래일 기준 이틀 연속 '팔자'로 돌아서며 이날에만 1456억 원 어치를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내 반도체 관련주들이 약세를 보인 점도 삼성전자의 주가 낙폭을 키우고 있다. 17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증시에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가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AI 반도체 대장주들이 힘을 잃었다.

    ASML은 1분기 직전 분기 대비 27% 감소한 52억90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40%나 줄어든 12억2400만 유로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TSMC·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ASML의 첨단 장비를 매입해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삼성전자의 경우 엔비디아와 AMD 등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ASML에 대한 장비 수요가 곧 반도체 수요와 연관됐다는 점에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이날 ASML 실적 발표에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87% 빠진 840.35달러에 장을 마쳤으며, AMD는 5.78% 하락한 154.02달러에 마감했다. 반도체 기업 약세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25% 떨어진 4567.31로 나타났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장이 끝날 무렵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부진한 실적 악재를 만나며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당분간 계속 실적 민감도가 높은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대만 TSMC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어 이 결과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황이 호황인데다 실적 개선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 올린 목표 주가도 여전히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주가를 10만 원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은 올해 연간 실적 추정치도 상향하면서 목표주가를 적게는 9만5000원에서 최대 11만 원으로 높이고 있다. 그 중 KB증권은 목표주가를 11만 원으로 제시하며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제시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견조한 업황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도 상향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15~20% 정도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내수 대비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본사와 해외법인, 고객간 거래 시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실적에는 긍정적"이라며 "메모리반도체 특성 상 매출원가에서 고정비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수입 원재료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재료비 증가분 이상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도 삼성전자 주가에 호재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한화 약 8조8736억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이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과 대만 TSMC 보조금에 이은 3번째로 큰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금으로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에 반도체 생산시설 1곳을 추가하고, 첨단 반도체 R&D 센터도 만들 예정이다. 여기에 2030년까지 62조3925억 원을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와 내년 AI 반도체 주문 증가와 선단 공정 기술 경쟁력 부각 등으로 점유율 회복이 시작될 전망이다"며 "특히 삼성 파운드리는 내년 양산 예정인 2nm 공정을 통해 TSMC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