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성장 정체 속 방송·홈쇼핑 업계 입장차 극심지난해 갈등 최고조, 올해 재계약 협상도 난항 예고“데이터 상호검증 필요, 협상 균형추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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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유료방송과 홈쇼핑 간 송출수수료 문제가 매년 반복되면서 사업자들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상호 데이터 검증을 통해 적정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료방송과 홈쇼핑사는 올해 송출수수료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은 통상 하반기까지 이어지지만, 올해 협상도 난항이 예고된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사업자가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채널 사용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통상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높은 지상파 채널 사이에 위치할수록 더 많은 금액이 책정된다.

    지난해 11월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홈쇼핑이 송출중단 사태 직전까지 가면서 유료방송과 홈쇼핑사 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사태가 일단락되며 갈등이 일부 봉합됐지만, 올해도 수수료 인상을 놓고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방송과 홈쇼핑 산업의 성장 정체로 인해 수수료 문제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케이블TV를 비롯한 유료방송 업계는 시청자 감소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 매출에서 송출수수료 매출 비중은 2015년 12.6%였지만, 2022년 33.5%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케이블TV 방송은 2020년부터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이 방송수신료를 넘어섰으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9%에 달할 정도다.

    홈쇼핑사들은 매년 인상되는 송출수수료를 더 이상 올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TV 시청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가입자 수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지속적으로 인상을 요구한다는 식이다.

    유료방송 업계는 방송 매출액보다 커진 인터넷·모바일 결제 금액을 수수료에 반영해야한다는 입장으로, 홈쇼핑사가 수수료 산정에 필요한 데이터 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방송 매출액은 전화상담과 ARS 결제로 집계된 금액이며, 모바일 중심 이커머스 성장세로 매년 줄어드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8년 TV홈쇼핑 업체의 방송 매출액 비중은 60.5%에서 2022년 49%까지 감소했다. 케이블TV방송협회의 모니터링 결과 모든 홈쇼핑 방송에서 모바일·인터넷 결제유도가 이뤄졌고, 시청자 약 69%가 이를 통해 상품을 구매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갈등 중재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한 모습이다. 쟁점인 인터넷·모바일 매출 반영 수준을 사업자 합의에 맡겼을뿐더러, 정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수료 조정 과정을 협의하는 ‘대가검증협의체’도 자문 형태로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송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수수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들 간 협상이 적절히 이뤄지도록 모니터링하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적정한 수수료 산정을 위해 데이터 상호검증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IPTV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유선방송사업자에도 적정한 수수료가 산정되도록 협상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