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 입국…비용은 154만원~206만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 "외국인 가사도우미 비용 125만9000원 적정"싱가포르·홍콩,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최저임금 적용 안 해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돌봄서비스 외국인 노동자 도입 우려에 대한 위원들의 질문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돌봄서비스 외국인 노동자 도입 우려에 대한 위원들의 질문에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기대가 된다"고 답했다.ⓒ뉴시스
    서울시가 올해 9월 육아·가사 등에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사도우미 고용 비용이 최대 월 약 206만원이나 되면서, 자녀를 둔 평균 소득의 가구엔 비용이 부담돼 정책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다음 달 21일 한국에 입국할 가사 관리자 선발을 마칠 예정이다. 선발된 가사 관리자는 24~38세의 육아 돌봄 자격증을 소지자로, 외국인 근로자 비자(E-9)를 발급 받아 국내로 들어온다. 규모는 총 100명으로 올해 9월 입국할 계획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을 신청할 수 있는 가구는 서울에 거주하며 만 12세 이하 아동을 키우거나 출산 예정인 맞벌이 부부 또는 한부모 가정이다.

    입국한 가사도우미들은 최저임금(9860원)을 적용 받으며 주당 최소 30시간에서 최대 40시간을 근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소 월 154만원, 최대 206만원을 받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나 시범 사업에 참여한 업체에서의 지원금은 따로 없어 고용 가구가 비용 전액을 내야 한다.

    이 정책은 저출산 문제와 일하는 여성 증가로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나왔지만, 일반 소득의 가구가 감당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정책 대상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도우미 고정 비용은 월 264만원으로 30대 가구 중위 소득(509만원)의 50% 이상이다. 육아도우미를 위해 버는 돈의 반 이상을 지출한 꼴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며 12세 이하의 두 자녀를 둔 A씨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도와주겠다는 의도는 좋긴 한데 한 달에 그 금액(154만원) 이상 쓰며 가사도우미를 쓸 수 있는 부부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어린이집이나 태권도장에 종일 맡기는 게 비용으로만 보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8월 12세 이하 자녀를 둔 1만 가구 대상으로 한 달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국인 가사도우미 전일제 이용 시 적정하다고 답한 월 급여는 124만9000원이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자국민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배제했다. 싱가포르 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싱가포르인 월평균 급여는 약 496만원이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 수준은 40~60만원으로 맞벌이 부부 기준 소득의 10분의 1만으로도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다. 홍콩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월 급여가 최저 월 77만원 이상이면 고용 가능하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싱가포르는 비교적 저소득 국가의 인력을 자국에 도입해 육아 가사 전담 노동자들을 활용하고 있다"며 "외국인 가사 근로자에 지불하는 100만원 미만의 금액이 우리나라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그들은 자기 나라에서의 소득은 더 적은 근로자들"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그런데 200만원의 급여를 일반 소득의 가정이 지불해야 한다면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결국 한정된 재정으로 국가가 지원을 해가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노동권을 보장할 것인지, 실수요자인 일반 가구에 맞출 것인지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 당국도 알고 있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월급이) 월 200만원이 넘어서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한 100만원 정도 되면 정말 정책 효과가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외국인에게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으면 노동권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검토 여부에 대해서 "이번 시범 사업 진행 결과에 따라 고용노동부와의 협의 사항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