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 소액주주, 10개월째 본사 앞 시위 중주주들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며 서운함 토로주주·시장 신뢰 회복 위해 오너일가 책임경영 촉구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 통한 집단행동 예정
  • ▲ 차바이오텍 소액주주가 차바이오텍 본사 앞에 내건 현수막.ⓒ최영찬 기자
    ▲ 차바이오텍 소액주주가 차바이오텍 본사 앞에 내건 현수막.ⓒ최영찬 기자
    [편집자주] 줄기세포 및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기업 차바이오텍이 내년이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20주년을 맞는다. 한때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연결기준 연 매출 1조를 눈앞에 두며 국내 대표 세포치료제 기업으로 성장했다. 내년 실시될 개정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과 미국 '생물보안법' 실시가 가시화되면서 퀀텀점프(대도약)가 기대되는 차바이오텍을 조명해 봤다.

    5월28일 오전 7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차바이오텍 본사 앞.

    "경영권 승계 꼼수만 부리고 10년 장기 주주를 외면하는게 회사냐."

    임직원 대부분은 출근도 하지 않은 시간이지만 차바이오텍 주주 A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파도 지난해 8월부터 약 10개월째 시위 중이다.

    A씨는 이렇게 30분 동안 시위를 진행한 뒤 평택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A씨는 차바이오텍의 창업자인 차광렬 차병원·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등한시한 채 꼼수로 지분을 늘리면서 경영권 승계에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동안 수차례 사채를 발행한 뒤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을 통해 지분을 편법적으로 늘리고만 있다"면서 "오너일가가 이렇게 지분을 늘리는 동안 주가는 10년동안 꿈쩍도 하지 않아 결국 주주들이 보유한 실제 주식가치는 낮아져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탄했다.

    여기에 인수합병(M&A) 및 물적분할을 통한 상장 등의 방식으로 차바이오그룹의 외형 확장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도 했다.

    그는 "다른 기업들은 임상 3상에 진입하는데 차바이오텍은 십수년간 임상 3상에도 도달하지 못해 점점 뭐하는 회사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면서 "차병원이라는 네임밸류를 갖고 있으면서도 문어발식 확장에만 치중하고 있어 이것밖에 안되나 싶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차헬스케어가 물적분할을 통해 상장하게 되면 차바이오텍은 껍데기만 남게 돼 주주들은 또 손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차바이오텍의 창업자인 차광렬 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들이 주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주들은 차바이오텍이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책임경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책임있는 경영자 위치로 오겠다고 약속을 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오너일가의 표리부동함을 지적했다.

    차 소장의 아들인 차원태 박사는 지난 4월 차의과대학교 총장에 올라 영리행위 및 겸직 금지 규정에 따라 기업경영을 할 수 없게 됐다.

    최근 75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인수권부사채권발행·전환사채권발행 결정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A씨는 "미국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인 마티카바이오에 대해 운영자금은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충당하기로 했음에도 이번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며 "이렇게 말을 바꾼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A씨는 10개월째 시위 중이지만 회사에서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데 대해서도 서운함을 그러냈다. 그는 "주주가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회사에서 누구 하나 쳐다보는 사람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다른 주주들과 연대해 차광렬·차원태 부자를 압박할 계획이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보다는 대주주인 차광렬·차원태 부자를 눈앞에서 보고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과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액트로 주주들을 모은 지 얼마 안됐지만 현재 약 2.5% 정도의 지분이 모였는데 3%가 넘어가면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생각이다"며 "10%대까지 모아 회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차바이오텍의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 비율은 전체의 70.2% 수준이다.
  • ▲ 차바이오텍 소액주주가 차바이오텍 본사 앞에서 피켓팅 시위를 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 차바이오텍 소액주주가 차바이오텍 본사 앞에서 피켓팅 시위를 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한편, 차바이오텍과 일부 소액주주들은 현재 법적 갈등에 놓여있기도 하다. 

    소액주주들은 차바이오텍의 거짓 공시로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입었다며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4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는 60명이 넘는다. 소가는 총 51억5000만원에 이른다. 

    서울지방법원은 2023년 9~10월 소액주주의 손을 들어줬으며 차바이오텍은 이에 불복해 같은 해 11월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차바이오텍이 2017년 지출한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산입한 것을 2018년 3월 삼정회계법인은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차바이오텍의 2017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냈다. 

    이에 차바이오텍은 2014년부터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돼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 지정을 받았고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